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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Jan 22. 2024

2023. 04. 04

1부 43화

 

 4월 1일부터 센터에 있는 자판기에 비치된 캔 음료수의 가격이 100원씩 인상됐다. 두세 개의 상품을 제외하고는 가격이 전부 올랐다. C사의 몇 없는 복지 중 하나라면 300원으로 자판기에서 캔 음료수를 뽑아 마실 수 있다는 거였는데, 슬그머니 가격을 올리는 걸 보니 더 시간이 흐르고 계속 가격이 오른다면 결국 시중에서 음료를 사서 마시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지지 않을까.      


 기분이 묘했다. 이런 건 잘도 올리면서, 퇴근 어플을 1분만 빨리 찍어도 일당은 칼같이 차감하고 지급하니까. 1분 더 빨리 찍는다고 정시까지 일을 안 한 게 아닌데 말이다.     


*     


 4월의 첫 분류를 했는데, 정기 배송일 못지않게 물량이 많아서 힘들었다. 전천후로 분류장의 모든 포지션에서 뛰며 온몸이 흠뻑 젖었다. 같이 일한 동갑내기 계약직 친구가 “역시 에이스는 다르네.”라고 말해서 나도 모르게 책임감이 생겨서 더 쉬지 않고 뛰어다녔다.     


 20분 연장까지 해서 퇴근 무렵에는 승모근과 허리가 너덜너덜하다는 느낌이 어울릴 정도로 아팠는데, 같이 분류하던 분이 내가 너무 분류를 잘해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해줘서 그 말 한마디에 아픈 몸이 약간은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분류장에서의 시간들은 언제나 고단하지만, 사람들의 따뜻한 한 마디가 지난하게 느껴지는 그 시간들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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