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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Jan 24. 2024

2023. 04. 05

1부 44화

 

 출석체크를 하고 3층에 줄을 서 있는데, 캡틴이 나를 불렀다.     


“석류님, 오래 나오셨으니 오늘은 안전 한 번 해요.”     


 의아했다. 안전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건 매일 돌아가면서 계약직만 시키는데, 단기직인 나에게 안전 업무를 맡긴다니? 알쏭달쏭했지만, 1층 메인에 내려가서 안전하라고 했다고 말하면 된다고 해서 고개를 끄덕이고 1층으로 내려갔다.     


 1층에 가서 메인에 그대로 전달했더니, 주간에서 야간으로 새로 온 캡틴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는 표정을 지으며 “단기는 그런 거 안 시키니까 포장이나 하시면 돼요.”라고 했다.     


 나도 안다. 계약직들만 이 업무를 시키는 걸. 그래도 하루 정도는 시켜줄 수 있지도 않나. 솔직히 내가 계약직들보다 분류도 더 많이 하고, 공정도 여기저기 전부 다 뛰는데.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섭섭한 마음은 들었지만, 시키는 일은 해야 하니 군말 않고 포장대에 들어갔다. A열에서 식사 시간까지 포장을 하다가, 식사 시간이 끝나고 난 후에는 바닥에 붙여져 있는 것들을 제거하는 시각화 작업을 12시 40분까지 했다.     


 12시 40분부터는 다시 포장대로 복귀했다. B열에서 팔레트채로 2개나 통으로 내려온 퍼실 세제를 끊임없이 포장했는데, 팔레트 채로 세제가 내려오다 보니 해도 해도 끝이 없었다. 도대체 몇 개의 세제를 포장한 건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너무 많은 양이라서 여러 명이서 같이 포장을 진행해서, 쉬는 시간 직전에는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거였다. 팔레트채로 내려온 세제 포장 작업이 끝난 후에는 B열의 다른 빈자리에서 포장을 하라고 해서 3시 15분까지 다른 자리에서 포장을 했다.    

 

 이곳저곳 자리를 옮겨 다니며 포장을 했더니, 부자재를 보충하는 게 너무 번거로웠다. 언제 또 자리를 옮기라고 할지 모르니 한가득 부자재를 들고 오기가 부담스러웠다. 3시 15분에 더 이상 포장할 물건이 없어서, 이제 뒷정리를 하고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새로 바닥에 붙일 시각화 이름표 코팅 작업이 맡겨졌다. 3시 40분이 넘어서까지 코팅 작업을 하고 나서야 겨우 퇴근을 위해 뒷정리를 할 수 있었다.     


 아직 4월 초임에도 후덥지근해서, 반팔을 개시했는데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센터가 더웠다. 퇴근길은 새벽이라 쌀쌀해서 겉옷을 걸쳐야 하지만, 반팔로 퇴근하게 되는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서서히 물류센터의 이른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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