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5. 10

1부 51화

 

 하루 종일 포장을 했다.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포장을 위해 같이 내려오게 된 다른 단기들과 포장대 자리를 배정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데 캡틴이 말했다.     

“앞으로 집품만 할 줄 아는 사람은 필요 없습니다. 포장을 할 줄 모르면 회사 입장에서도 쓸모가 없기 때문에, 뽑을 이유가 없으니 내려오신 분들 중에 포장할 줄 모르는 분들은 잘 배워두세요. 포장을 못하면 앞으로는 도태될 겁니다.”     

 너무도 어이가 없는 발언이었다. 아무리 포장이 중요하다고 해도, 가장 기본은 집품이다. 집품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포장을 할 수 있는 물건도 없다. 없는 물건을 마법사처럼 만들어내서 포장을 할 수도 없지 않나.      

 쓸모없는 게 대체 어디 있다는 말인가. 모든 공정의 합이 잘 맞아야 센터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건데. 집품 또한 진열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이고. 진열과 집품, 포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포장된 상품을 지역별로 분류하는 것까지 모든 공정이 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캡틴의 말이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공정 간의 긴밀한 협력체계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캡틴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이곳은 아무나 캡틴을 지원하면 시켜주는 시스템인가 싶어서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