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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Feb 21. 2024

2023. 06. 12

1부 56화

 

 며칠 전부터 출석체크를 위해 서 있는 3층에 팻말이 생겼다. 분류 희망과 포장 희망 팻말. 포장 희망은 은근히 줄을 서는 사람이 많은데 반해, 분류 희망은 남자 몇 명을 제외하고는 항상 텅 비어 있어서 줄을 서라고 팻말을 세운 의미가 있나 싶었다.     


 어제의 여파로 오늘 분류를 하게 되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포장 줄에 섰는데 다행히도 포장 인원 자리가 하나 남아있어서 포장을 하러 갈 수 있게 됐다.     


 분류는 언제나 힘들지만 어제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중량물에 많이 맞아서 온몸이 멍투성이였다. 아무리 분류장에서 물건을 빠르게 분류하기 위해 막 던진다지만 사람에게 집어던지는 건 아니지 않나. 세제를 얼굴에 스치듯이 맞고, 팔에도 맞았더니 절로 “악!” 소리가 나왔다.     


 내가 아프거나 말거나 정작 집어던진 당사자는 사과 한 마디도 없었기에 아픈 몸에 마음이 상하는 게 더해졌다. 내 얼굴이 너무 안 좋아 보였는지, 친한 계약직 언니가 캡틴에게 나를 데려가서 분류장에서 물건에 너무 많이 맞아서 아픈데 쉬게 해 줄 수 있냐고 물었다.     


 쉬게 해 줄 수 있냐는 말에 캡틴이 웃었다. 나는 아파죽겠는데, 본인은 웃음이 나오나 싶어서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 요리조리 내 얼굴을 살피던 캡틴은 정말 상태가 안 좋아 보이긴 했는지 그제야 사태를 파악하고 웃음을 거두었다.     


 천막에서 쉬고 있으라고 했는데, 막상 쉬라니까 안절부절못하는 마음이 들어서 20분 정도 앉아 있다가 다시 분류를 하기 위해 안전 장갑을 꼈다. 물건이 얼굴 높이까지 날아다니는 B열로는 다시 들어가기 싫어서, A열에서 분류하던 분께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바꿔서 분류를 했다.     


 어제 그런 일이 있어서 그런지 오늘은 포장을 하게 돼서 그나마 나을 줄 알았는데, 내가 일을 몰고 다니는 건지는 몰라도 포장을 해야 할 물량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포장을 해도 해도 줄어들지 않고, 쉼 없이 밀려오는 싱글 카트를 보며 아득해졌다.     


 얼마나 많았냐면, 위층에서 집품하던 사람 중에 포장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을 전부 내려서 투팩(두 명이서 함께 2인 1조로 포장하는 것)을 시켰을 정도니까. 투팩이 아니었다면, 정시에 퇴근하지 못하고 연장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에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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