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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Feb 26. 2024

2023. 07. 22

1부 58화

 

 이틀 연속 분류하는 게 하루 이틀은 아니지만, 오늘은 손에 꼽을 만큼 분류하기 힘든 날이었다. 평상시에 항상 오토백 포장 라인을 A열과 B열 둘 다 돌리는데, 오늘은 물량이 어중간하다고 B열 하나만 돌려버려서 분류장이 터져버렸다.     


 원래대로 두 라인을 다 돌렸다면 터지지 않았을 텐데, 한 라인만 돌리니 그 라인에서 포장을 하는 사람도 분류를 하는 사람도 모두가 힘든 상황이었다. 나는 간선장을 메인으로 두고 분류했지만, B열에 들어가서 분류를 돕는 시간이 간선장에 있는 시간보다 더 길었다. 그 정도로 B열의 상황은 총체적 난국이었으니까.     


 간선이 쏟아지는 시간에야 겨우 간선장으로 복귀할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간선이 많이 나오지는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간선이 마감되고 난 후에는 B열로 가서 ‘전’만 따로 빼서 토트에 담는 걸 했다. ‘전’은 광주인데, 광주는 글자 형식으로 바뀌기 전에도 항상 지역별 분류 물량이 많이 나오던 지역이라 확실히 컨베이어 벨트에 서서 따로 빼주니 분류장이 그나마 덜 터졌다.     


 물량이 어중간하다고 해서 라인을 하나만 돌리면 결국 분류장은 터지고 만다. 두 개의 라인을 돌렸다면 분류장이 터지는 일은 없었을 텐데. 비효율적인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여전히 라인을 하나만 돌리는 걸 감행하는 캡틴들을 보면서 내내 갑갑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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