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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Feb 28. 2024

2023. 07. 28

1부 59화

 

 분류 방식이 바뀐 이후로 분류장의 업무 난이도가 더 높아진 느낌이다. 자신의 조가 분류하는 날에 계약직들이 보건 휴가나 연차를 써버려서, 그 자리를 어쩔 수 없이 단기로 메워야 하는데 분류를 자주 경험해 본 나나 몇몇 남자 단기들을 제외하고는 다들 집품이나 포장 위주로 하기 때문에, 분류장에 오면 손발이 맞기가 힘들다. 그래서 인원은 얼추 채워진 상태로 일해도, 숙련자들이 더 뛰어야 하는 상황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간선장에서 함께 분류를 하던 남자 단기가 나를 보면서 “항상 분류하시는 게 대단해요. 체력이 진짜 대단하시네요.” 라며 말했는데, 사실 체력이 좋다기보다는 손에 익었기에 기계처럼 구르는 것일 뿐이다.      


 오늘 분류장 인원이 많이 부족해서 전 포지션을 누비면서 일해야 했는데, 그래서인지 체력의 고갈이 더 빨랐다. 주머니 안에 넣어두었던 사탕이라도 중간중간 까먹지 않았다면, 당이 떨어져서 현기증이 일었을지도 모른다.      


 안 그래도 인원도 부족한데, 간선 타임이 끝나고 난 뒤에 토트를 빼서 컨베이어 벨트에 올리는 역할을 맡던 남자들 네 명을 캡틴이 어디론가 데려가 버렸다. 세 명 정도의 남자만 분류장에 남아버려서, 졸지에 토트를 레일에 올리는 스파이더 역할까지 나도 도와서 맡아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네 명의 몫을 다 채울 수는 없었다.      


 이제는 스파이더의 역할까지 해야 한다니. 남자들이 하는 역할까지 한다면, 정말 돈을 더 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실소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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