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9화
2023. 11. 23
5일 연속 근무를 했다. 어떻게 일했는지 모를 정도로 몸이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하루를 버티기도 힘든데, 연달아 5일째 일하려니 온몸이 소리를 질렀다. 금요일인 내일도 출근 신청을 해둬서 출근해야 하는데 벌써 앞이 깜깜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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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1. 24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평소보다 늦잠을 자버렸다. 5시 50분에 깨어나서 세수만 하고 렌즈를 끼고 택시를 잡아타고 용문역으로 향했다. 내가 가지 않으면 아웃소싱 업체의 인원 티오가 그만큼 한 명 줄어든다고 해서 안갈래야 안 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업체에서도 택시를 타고서라도 오라는 입장이었고.
아슬아슬하게 통근 버스를 잡아타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통근 버스를 놓쳤다면, 택시를 타고 대전에서 옥천까지 가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뻔했다. 겨우 출근은 했지만,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영하 7도의 온도에서 일하려니 괴로웠다. 심지어 일요일부터 6일 연속 출근이 아닌가.
대전에 있는 동안 출근 할 수 있는 날들은 다 출근하자라고 다짐했지만, 아프면서까지 출근을 하려니 서러워졌다. 주말 동안 밀린 잠을 보충하고 푹 쉬어야 할 것 같다. 또다시 공포의 월요일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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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1. 27
공포의 월요일이 왔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지난주와 달리 이번 주는 15시간만 일했다는 거였다. 15시간이나 15시간 30분이나 언뜻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그 시간의 간극이 엄청 크게 느껴진다.
15시간만 일해서 인 건지는 몰라도 이번 주는 간식을 주지 않더라. 매주 월요일마다 간식을 주는 줄 알았는데, 안 주는 걸 보고 간식을 주는 것 또한 랜덤인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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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1. 28
쓰던 안전장갑이 다 너덜너덜 해져서, 예비용으로 챙겨 온 새 안전장갑을 들고 출근했다. 손가락 절연 부분이 다 벗겨질 정도로 열심히 일했으니 이제 기존의 안전장갑을 버릴 때가 되긴 했다.
오늘은 업무 카톡방에 ‘무적’을 올리는 걸 배웠다. 무적은 운송장이 없는 상품을 뜻한다. 운송장이 없는 상품을 동일한 상품의 운송장 바코드와 출고된 곳과 해당 차량 번호를 수기로 종이에 기입해서 상품에 붙인 후 그걸 그대로 레일 명을 추가로 적어서 카톡방에 올리면 됐다.
예를 들자면 내가 2번 레일에서 일한다면 ‘2 시흥 1234 무적 1’ 이런 식으로 올리면 되는 거다. 이제 무적 상품을 카톡방에 올리는 것까지 배워서 인지는 몰라도, 한 단계 레벨 업한 기분이 들었다.
트럭 관리 접안 어플도 설치하게 되었다. 여기서 1년 정도 일한 하차반 동생의 말에 의하면 이 어플을 설치하게 되면 정말 여기 가족으로 인정받는 거라고 했다. 가족이라니. 누가 가족을 이렇게 노예처럼 부려먹나 싶었지만, 그 정도로 내가 꾸준히 나오니 자꾸 하는 일이 늘어나는 건가 싶어서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구분이 안 갔다.
퇴근길에는 같이 하차한 아저씨가 코딩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이제 잘하는 것 같다고 칭찬해 주었다. 초반에는 실시간으로 컨베이어 위에서 매직으로 운송장을 적는 게 너무 어려워서 괴로운 마음이었는데 이제는 훨씬 능숙해진 상태로 적으니 내가 봐도 많이 발전하긴 한 것 같다. 이렇게 이곳의 업무도 조금씩 익숙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