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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Apr 05. 2024

2023. 11. 29 - 2023. 12. 5

2부 10화


2023. 11. 29     


 트럭 접안 관리 어플의 사용법을 배웠다. 트럭이 새로 접안될 때마다 얼마나 물건이 적재되어 있는지 적재율 사진을 어플에 찍어서 올려야 하는 업무가 나에게 추가되었다.     


 마냥 사진만 찍는다고 해서 다가 아니었다. 업무 카톡방에 올라온 트럭번호를 보고 스캐너에 떠 있는 트럭번호가 맞는지 1차적으로 확인한 후에 들어오는 트럭의 번호가 똑같으면 그때 어플을 켜서 사진을 찍고 업로드를 하면 된다.     


 그나마 트럭이 빠지고 새로 들어오는 1~2분간의 텀 동안 물도 마시고, 사탕도 하나 까먹었는데 이제는 그럴 여유도 없어졌다. 트럭 관리까지 해야 하니까. 앞으로도 이렇게 목 축일 여유 없이 일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앞이 깜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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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2. 1     


 삼주 연속 만근을 하게 됐다. 이제 두 번만 더 일하면, 다시 진주로 돌아가게 된다. 용문역에서 통근 버스를 타는 게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데 대전 생활도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묘해졌다.     


 5일 연속 근무라서 그런지 피로도가 겹겹이 쌓인 상태라 늦잠을 자버려서, 택시를 타고 용문역으로 갔는데 이미 통근 버스는 출발해 버렸다. 이대로 택시를 타고 옥천으로 가야 하나 싶어서 한숨이 나왔는데, 다행히 대전에서 제일 늦게 출발하는 노선이 판암역에 있다고 했다.     


 그래서 판암역까지 지하철 8 정거장을 타고 가서 겨우 통근 버스에 탑승했다. 이곳도 통근 버스가 5분 일찍 출발하는 편이라던데, 다행히도 아웃소싱 업체의 팀장이 통근 버스 기사에게 기다려 달라고 말해주어서 탈 수 있었다. 6시 28분 출발인데, 24분에 아슬아슬하게 통근 버스를 탔다.     


 내가 타고난 뒤 통근 버스가 출발했는데, 갑자기 좀 억울하단 생각이 들었다. 진주에서 옥천으로 향하는 통근 버스는 정확히 정시에 출발하는데 대전의 통근 버스들은 정시보다 매번 빨리 출발하는 게 당황스럽다. 최소한 출발시간까지는 기다렸다가 태우고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오래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고작 몇 분 정도인데.     


 출발 시간이 이럴 거면 대체 왜 있는 건가 싶었지만, 다들 당연하게 “대전은 안 기다려줘요.”라고 말해서 할 말이 없어졌다. 아무튼, 대전에서의 마지막 금요일을 시작부터 다이나믹하게 보냈다. 통근 버스 때문에 다이나믹해질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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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2. 4     


 주말에 대전에서 머물고 있는 집의 주인인 지인에게 감기몸살을 옮았다. 출근해서 찬바람을 계속 쐬다 보니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졌고, 그제야 감기몸살을 옮았다는 걸 깨달았다. 감기 기운을 달고 반쯤 울면서 일했다. 하필이면 극한의 근무 시간을 가진 월요일부터 아플 줄은 몰랐다. 무슨 정신으로 일했는지 모르겠다. 온몸이 불덩이여서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수백 번은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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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2. 5     


 퇴근하고 약국에서 감기몸살 약을 사 먹고 몇 시간을 자고 일어났더니 어제보다는 컨디션이 약간은 나아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감기몸살은 나를 괴롭혔다. 오늘은 대전에서의 마지막 날이기에 그래도 이 악물고 버텨보자는 생각으로 일했고, 퇴근 무렵에 이제 이 고생도 한동안 안녕이다 싶어서 눈가가 촉촉해졌다.     

 

 진주로 돌아가면 이제 만근 할 필요도 없고, 나오더라도 주 3회까지만 나올 테니까 만근 할 때보다 훨씬 나을 것 같다. 대전에서 몇 주간 만근하며 힘들게 버텨온 내 자신에게 고생했다고 말하며 안아주고 싶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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