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11화
2023. 12. 18
이제 다시 진주에서 통근 버스를 타고 옥천으로 간다. 대전 생활이 끝났기 때문에. 오래간만에 옥천으로 향하는 거라서 그런지 약간은 긴장이 됐다. 빠짐없이 일할 때 필요한 짐을 다 챙겼다고 생각했는데, 버스를 타고난 후에 알았다. 핫팩을 손난로형 대신 붙이는 것만 챙겨 왔다는 걸.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는데, 같이 일하는 친한 동생에게 혹시 남은 핫팩이 있냐고 물어봤더니 있다고 해서 다행히도 현장에서 핫팩 하나를 얻을 수 있었다.
매번 캡모자를 쓰고 위에 안전모를 쓰니까 머리가 많이 눌려서 비니 모자를 쓰고 가봤는데, 잘못된 선택이었다. 비니를 쓰고 일하니 마스크 밖으로 새어 나온 입김이 수증기가 되어 안전모에 맺혀서 물처럼 뚝뚝 떨어져서 수시로 닦아내야 했다. 다음번 출근부터는 다시 캡모자를 써야겠다.
한동안 안 나오다가 다시 나와서 그런지 출근해서 안면 인식을 찍고 출근 인증을 하려고 하니 혈압 측정 후에 출근 인증을 진행하라고 해서 안전 교육장에서 혈압 측정을 했는데, 매번 혈압 측정만 하면 뭐 하나 싶다. 현장의 위험은 고혈압과 저혈압으로만 나누어지는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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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2. 22
처음으로 출근 신청한 게 잘렸다. 오늘의 현장 출근자가 다 차서 어쩔 수 없이 최근에 출근 횟수가 작은 사람부터 잘라야 한다고 아웃소싱 팀장에게 전화가 왔다. 출근 준비를 한창하고 있는데, 출근이 튕겼다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이유를 들으니 납득이 바로 됐다.
출근자가 풀일 때는 만근자를 우선으로 뽑을 테니, 그 기준에 지금의 나는 부합하지 않을 테니까. 이주 정도 현장을 나가지 않았으니까. 옥천은 항상 사람이 부족해 보여서 근무가 튕기는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출근 신청한 게 튕기는 경우도 있구나라는 걸 겪고 나자 다음 주부터는 주 2회만 옥천에 나가려고 한 횟수를 1회 더 늘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튕기지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