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12화
2023. 12. 25
크리스마스를 옥천에서 맞이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역시 사람은 한 치 앞의 상황을 알 수가 없다. 월요일이라 다른 때처럼 15시간을 일하고 퇴근할 줄 알았는데, 크리스마스 전 날인 어제 현장 가동을 하지 않아서 일요일 대체로 오늘 일하는 거라서 새벽 5시에 일이 끝났다.
월요일에 새벽 5시에 일이 끝나니 기분이 이상했다. 해가 뜨기 전에 일이 끝나다니. 일요일 대체로 하니 월요일에 일찍 퇴근을 해보기도 하는구나.
하차는 새벽 3시 30분쯤에 끝났다. 이제까지 까대기 한 것 중에 가장 작은 횟수의 까대기였다. 8 트럭밖에 하차하지 않았으니까. 비록 하차는 빨리 끝났지만, 상차를 도와줘야 해서 청소를 하고 퇴근 시간 직전까지 상차를 돕고 난 후 일이 마무리 됐다.
오늘은 비록 빨리 마쳤지만, 화요일 출근자들이 힘들 것 같다. 월요일 분량을 소화해서 15시간을 해야 하니까. 원래는 월요일이 가장 힘든 날인데, 이번 주는 화요일이 가장 힘든 날로 바뀌었다. 나는 화요일에 나오지 않지만, 나오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 싶어서 안쓰러움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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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2. 27
식사시간에 하차를 하던 신입 한 명이 도망을 갔다. 그것도 내가 있는 레일의 신입이. 하차는 2인 1조로 남자 둘이 트럭에서 물건을 번갈아가면서 컨베이어 벨트 위로 내리고, 그걸 내가 실시간으로 분류를 한다.
졸지에 한 명만 남게 돼서 어떻게 저 많은 물건을 혼자 하차 하나 싶었는데, 다행히도 어디서 데려온 건지는 몰라도 반장이 한 명을 새로 데려왔다. 다시 2인 1조가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건의 하차 속도가 느려서 빨리빨리 쳐내지 못하고 다음 트럭 접안이 늦어지면 반장에게 한 소리를 듣는데, 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게 되었으니까. 사실, 같이 하차를 하던 같은 레일 사람들이 도망가는 걸 한 두 번 본 것도 아니긴 하지만 매번 당황스럽다.
도망갈 정도로 힘든 고강도의 업무라는 건 잘 알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하루만 버티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정작 그러는 나도 매일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을 안고 일하면서 말이다. 참, 삶이란 역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