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15화
2024. 01. 03
오늘은 현장 가동 시간이 8시 30분이어서 5시 40분에 진주에서 통근 버스가 출발했다. 오늘 하차를 하면서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제까지 하차를 해본 결과 하루 평균 10~11 트럭 정도를 까대기 하는데, 오늘은 무려 14개의 트럭을 까대기 했으니까.
정말 많이 까본 날도 12 트럭에 불과했는데, 14 트럭이나 하다니. 다른 레일보다 두 트럭에서 세 트럭은 더 많이 깐 셈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하차가 끝날 무렵에는 손이 저릿저릿했다. 이제 격일로 옥천에 나가서 그나마 좀 낫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고된 근무에 몸이 버티기란 만만치 않았다.
8시 20분에 하차 마무리를 하고 9시 10분까지 소분류에 가서 일을 도왔다. 오늘은 상차 지역 번호에 맞게 물건을 뽑아서 상차 레일로 전달해 주는 걸 했는데, 정신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레일을 보고 있으니 눈이 아프긴 했지만 처음으로 옥천에서의 일이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 적성은 원래 하던 대분류(하차 분류)가 아닌 소분류였을지도 모르겠다. 같은 분류라도 대분류는 힘겨운데, 소분류는 재밌게 느껴지니까. 새로운 적성을 찾은 느낌인데, 대분류 고정이 돼서 이것만 계속해야 한다는 게 좀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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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1. 05
항상 옥천에 있는 공용 안전모를 썼는데, 안전모의 조절 끈이 끊어지거나 불량인 게 많아서 개인 안전모를 샀다. 개인 안전모를 쓰고 일 하니 확실히 편했다. 새 안전모라서 그런지 공용 안전모에서 나던 지독한 땀 냄새도 나지 않고, 조절 끈 또한 스무스하게 잘 조절됐으니까.
이제 정말 옥천에서 일하는데 필요한 모든 장비를 다 갖춘 게 되었다. 기존에 C사에서 분류를 많이 하게 되면서 샀던 개인 안전 장갑과 안전화를 이제 이곳에 들고 와서 쓰는 데다가, 안전모까지 구비했으니.
개인 장비까지 일일이 구비할 정도로 열과 성을 다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 계속 일하려면 공용 장비보다는 역시 개인 장비가 있는 편이 나으니까. C사와 병행해서 일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지금의 나를 먹여 살리는 건 옥천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