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16화
항상 식사시간에 반찬이 너무 부실해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반찬거리로 뭐라도 챙겨가야겠다 싶어서 집에 있던 고추참치를 챙겨서 갔다. 고추참치가 있으니 그럭저럭 밥을 먹을 만했다. 원래는 거의 건더기도 별로 없는 국물만 가득한 국과 꾸역꾸역 밥을 먹었는데.
오죽했으면 친구한테 식사시간마다 배식받은 사진을 보내면 “교도소 식단도 이것보단 낫겠어.”라는 반응이 돌아오곤 했다. 앞으로도 반찬삼아 간단히 들고 다닐 수 있는 걸 챙겨가야겠다. 집에 다행히 참치도 있고, 김도 있고, 친구가 보내준 후리카케도 있어서 돌아가면서 하나씩 들고 와서 반찬으로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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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3번의 정전이 있었다. 첫 번째 정전은 8시였다. 6분 만에 불은 들어왔지만, 34분에 다시 하차를 시작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정전은 9시 28분이었다. 불은 바로 들어왔지만, 9시 38분에 세 번째 정전이 일어났다. 세 번째 정전도 불이 바로 들어오긴 했지만 레일을 돌리는 건 10시 8분에야 가능했다.
여러 번의 정전으로 인해 하차가 늦어졌고, 그래서 겨우겨우 11 트럭을 쳐내고 마쳤다. 아마, 정전이 아니었다면 한 트럭 정도는 더 하차했을지도 모른다.
정전이 됐던 순간, 여러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오늘 일을 여기서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과 정전으로 인해 일을 못하면 돈을 벌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먼 길을 왔으니 빈손으로 돌아가면 안 된다. 왕복으로 오가는 시간만 해도 6시간인데, 하루 일당이라도 벌고 가야지.
다행히도 세 번의 정전 이후로 더 이상의 정전은 없었고, 평소와 다름없이 하루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