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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May 06. 2024

그곳을 떠난 사람들 : 민우 씨의 이야기

3부 인터뷰 2


*해당 인터뷰에 나온 이름 민우는 가명입니다. 인터뷰이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가명으로 표기했습니다.



     

 2021년 12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민우 씨는 친구의 추천으로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알게 되었다. 민우 씨보다 먼저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해본 친구가 “여기는 하루 일하고 나면, 다음날에 자고 일어나면 돈이 들어와. 너도 한 번 신청해 봐.”라고 말했고, 친구의 추천에 그렇게 민우 씨는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2022년 9월까지 민우 씨는 한 달에 7번까지만 일용직으로 일을 나갔다. 일용직 근무는 한 달에 7번까지의 근무는 4대 보험을 떼지 않기 때문에, 4대 보험이 나가는 게 부담스럽거나 투잡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7번까지만 일을 나가곤 한다.     


 민우 씨 또한 그랬는데, 이 상태로는 돈이 모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2022년 10월부터는 한 달에 8회 이상 근무를 시작하게 된다. 그 횟수는 점점 더 늘어서 나중에는 계약직 기준의 만근인 20번에 가까운 17번까지 근무를 하게 되었다.       


*     


 민우 씨는 처음 물류센터에 출근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제가 다른 곳에서 택배 상하차 업무를 한 적이 있는데, 그곳들에 비하면 이곳의 업무 강도는 나쁘지 않은 편이었어요. 보통 처음에 출근하게 되면 집품 위주의 업무를 시키니까요.”     


 배송만 전담으로 하는 택배사는 상차와 하차의 개념만 있는 허브 업무만 있지만, 직접 물류센터 내에 물건을 적재해 놓고 집품, 포장, 출고까지 하는 경우에는 물류센터 내에서 모든 게 이루어진다. 그래서 허브 외에도 다른 공정들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출고 공정에서 일을 했는데, 사실 처음에 물류센터에 갔을 때는 공정이 여러 가지로 세분화가 되어있는 줄 몰랐어요. 그래서 막연히 택배사 상하차 업무와 비슷한 것만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허브 공정으로 가게 되면 그러한 일들을 하지만, 출고는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허브에 비하면 돈을 조금은 적게 벌지만 다른 것도 해보고 싶어서 출고를 주로 하게 됐어요.”     


 민우 씨는 출고 공정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일했지만, 허브와 입고도 경험을 해봤다. 그러나 민우 씨는 출고가 가장 잘 맞아서 출고에서 일하는 게 가장 좋았다고 했다.    

  

 민우 씨는 일하기 가장 좋았던 계절로 ‘봄’을 꼽았다. 겨울의 차가운 추위가 어느 정도 가시고, 기온도 올라가서 일할 때 오히려 선선한 느낌이어서 일할 때 활동량도 훨씬 올라가는 것 같았다고. 상대적으로 힘든 계절은 역시나 ‘여름’이었다.     


“여름이 가장 일하기 힘들었어요. 휴게실 말고는 에어컨이 없는 데다가, 작업하는 현장에는 선풍기만 돌아가는데 선풍기에서는 뜨거운 바람만 나와서 시원하지가 않아요. 그래서 지옥과도 같이 느껴졌죠.”    

 

 민우 씨는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는 ‘분류’ 업무를 꼽았다. 집품을 많이 할 때는 하루 종일 센터를 돌면서 물건을 담아야 하니, 발바닥이 너무 많이 아팠는데 정작 분류를 해보게 되니 집품하면서 아팠던 발바닥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했다.  

   

“분류를 해보게 되니 이게 정말 끝판왕 업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어요.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집품은 저 혼자서 잘해나가면 되지만, 분류는 다른 사람들과 손발을 맞춰서 해야 하거든요. 한 명이라도 빠지거나 일을 엉망으로 하면 전체가 힘들어지는 구조예요. 그래서 더 힘들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그리고 육체적으로 일이 힘들어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좋으면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덜 받는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안 맞을 때는 육체적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어요.”     


 이렇게 힘든 순간들도 있었지만, 민우 씨는 마냥 물류센터 일이 단점만 있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물류센터에서 일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좋았고, 그전에 일했던 택배사에 비해 체계가 잘 잡혀 있어서 그런 부분들은 괜찮게 느껴졌다고 했다.     


 민우 씨는 일을 하며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로 ‘코로나19’가 가장 생각난다고 했다. 민우 씨가 일을 시작한 시점은 지금과 달리 위드 코로나가 아니었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이 필수였다. 그래서 센터 내에서 마스크를 제대로 노동자들이 착용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게 정말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빡빡했다.  


“예를 들어 샌드위치를 먹는다고 한다면 한입 먹고, 마스크 올려서 씹고 그런 식으로 하라고 할 정도였어요. 지금은 위드 코로나여서 제재들이 많이 풀려서 그런 일이 없지만, 그 당시에는 그 정도로 빡빡했어요. 식당에 테이블마다 칸막이가 있는데, 그런 칸막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주 보고 앉지 말고 대각선으로 앉으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지금은 코로나와 공존하며 함께 가는 형국이라 마스크 착용도 의무화가 아닌 개인의 선택이 되었고, 식당의 테이블 칸막이도 사라졌지만 그때는 그랬다.     


*     


 얼마 전 언론을 통해 불거진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해서 민우 씨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일을 하다 보면 관리자와 일반 사원들 간의 트러블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는 구조예요. 관리자가 생각하기에는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서 지시한 부분들이, 정작 현장에서 일을 하는 사원들에게는 비효율적으로 느껴지는 경우들이 있거든요. 이런 부분을 입 밖에 내는 것 자체로 블랙리스트에 오른다는 건 기업의 횡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뿐 수많은 기업들이 자체 블랙리스트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블랙리스트는 존재되어서는 안 되는 문건이기에, 기업에 피해를 끼칠 정도의 행위를 한 사람이라면 블랙리스트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피해를 끼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된 사람들은 왜 그 리스트에 오르게 됐는지 기업 측에서는 명백하게 사실을 규명해야 함이 옳다.   

  

 민우 씨는 일하던 물류센터가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일용직 채용인원이 줄어들어서 2023년을 마지막으로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다. 민우 씨는 아직도 그곳에 남아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제가 일을 해보면서 느꼈지만,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편리함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이 모두 존경스럽고 자랑스럽습니다. 일이 힘들고 고되지만, 서로서로 잘 격려해 주면서 좋은 분위기 속에서 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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