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석류 May 08. 2024

메자닌 구조 속에서 나오며

메자닌 구조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마지막 이야기

 


 물류센터에서 2년여의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여러 곳의 물류센터를 전전하며 일했고, 많은 경험을 했다.     


 물류센터는 이름과 구조는 각기 달랐지만, 돌아가는 시스템은 비슷한 부분도 많았다. 가장 동일한 부분은 ‘급여’ 부분일 것이다. 일한 다음 날 통장에 돈이 바로 입금된다는 점은 단기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거나,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구조였다.     


 그러나 그러한 장점을 제외하고는 근무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내가 일했던 물류센터는 모두 냉난방이 되지 않았기에 더위와 추위를 견뎌야만 일할 수 있었다.      


 여름에는 쉴 새 없이 흐르는 땀을 닦으며 탈수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틈틈이 물을 마시거나 달달한 사탕류를 하나씩 먹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겨울에는 아무리 껴입어도 추웠기에 보온을 위해 두꺼운 겨울용 패딩 바지까지 입어야만 겨우 추위를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도 부정적인 측면만을 본 것은 아니다. 나는 함께 일하는 노동자 동료들을 보며 ‘연대’의 힘을 강하게 느꼈고, 그러한 ‘연대’는 고단한 근무를 버틸 수 있는 힘으로 작용했다.     


 힘들고 지쳤던 순간, 함께 했던 동료들이 아니었다면 아마 긴 시간 물류센터에서 버텨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이제까지 썼던 기록들은 주로 시스템 적인 측면에 치중되어 있지만, 3부의 인터뷰로 다른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함께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도 많은 노동자들이 빠르게 각 가정으로 물건을 전달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집품을 하고, 포장을 하고, 배송 준비를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 한편이 뭉클해지는 느낌이다.      


 편리함이 주가 된 사회에서,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노동하며 그러한 편리함에 일조해 나간다. <메자닌 구조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은 그렇게 빛이 들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일해 나가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헌사다.      


 <메자닌 구조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읽은 당신의 주변에도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이들이 있다면,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준다면 그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내가 이 글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의 친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들과 ‘연대’하며 앞으로의 시간도 함께 걷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곳을 떠난 사람들 : 민우 씨의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