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단상 2023년 11월호
맥도날드에서 맥모닝을 다 먹고 나와 광안리 바닷가를 거닐자 시원한 바람이 내 얼굴을 간질였다. 천천히 바닷가를 따라 걷다보면 오늘의 목적지인 ‘밀락 더 마켓’이 나올 터였다. 그곳에서 짱구 팝업스토어가 열리고 있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다보니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잠시 멈추어 서서 일출을 담고, 다시 또 부지런히 걸었다. 일곱 시 반쯤에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내가 1등으로 온 줄 알았는데, 이미 돗자리를 깔고 웨이팅 등록을 준비 중인 사람들이 수십 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1등을 놓친 건 아쉽지만, 그래도 빨리 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웨이팅 등록 줄 근처에 위치한 벤치에 앉았다.
오늘 팝업스토어에는 부산에 사는 친구도 올 예정이었다. 그 친구도 짱구를 좋아하기에 같이 짱구 팝업스토어를 구경하고 굿즈도 사기로 했다.
친구가 도착하려면 한참 멀었는데, 사람들은 점점 더 모여들고 있어서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졌다. 그러다가 아홉시쯤 나는 내가 서 있던 줄이 웨이팅 등록 줄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 시간 반쯤을 날린 셈이었다.
뒤늦게 알아차리고 웨이팅 줄을 섰더니 앞에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배로 더 불어났으니까.
절망적이었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점점 웨이팅 등록 줄은 줄어들고 내 차례가 가까워져오는데 아직 친구가 오지 않아서 불안했다.
1인 1웨이팅 등록을 해야 하는데, 이 상태라면 우리는 따로 따로 입장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었다. 게다가 내 뒤에도 사람들이 많아져서 걱정스러웠다.
초조한 마음을 안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아슬아슬하게 친구가 도착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친구가 왔으니 같이 들어갈 수 있다. 친구와 함께 웨이팅 등록을 하고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주전부리를 먹으며 입장 차례를 기다렸다.
우리의 입장차례는 114번, 115번. 내가 웨이팅 줄을 헷갈리지만 않았더라면, 50번대 정도로 들어갈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그렇지만 대신에 친구와 함께 들어올 수는 없었겠지. 친구와 함께 입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위안 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