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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한영교 Apr 26. 2017

8. 해달

#8 이렇게 아버지가 된다 


+
요즘, 당신은 배 위에 손을 자주 올립니다. 
그 모습이 해달을 닯았습니다. 
그게,좋아 해달, 해달하고 놀려먹다보니 
당신 배 아래 해와 달이 잠들어 있는가 싶습니다.  


++ 
배 위에 손을 올린채로 잠을 자고, 햇볕을 쐬고, 산책을 합니다. 
빵 부스러기들을 고스란히 배로 받아내는 당신은 
해달이 배 위에 조개살을 꺼내 먹듯 
손끝에 침을 묻혀 부스러기들을 눌러 먹습니다. 
그게, 좋아 해달, 해달하고 자꾸 놀려먹다보니 
해가 지고 달이 뜬지도 몰랐습니다.


+++ 
해달은 잠을 잘 때, 바다 밑에 뿌리를 두고 수십미터나 자란 
해초다발에 몸을 감고 잔다지요. 태풍이라도 불면 밤새 
한숨도 못자고 어린 새끼를 배 위에 올려놓고 동그랗게 몸을 말아 
태풍이 지날 때 까지 그렇게 동그랗게, 동그랗게 뜬 눈으로 밤을 
지낸다고 합니다.


++++
막달인 당신의 바다에는 요즘 태풍이 자주 부나봅니다. 
숨쉬기가 힘들고, 갈비뼈가 아프고, 배가 뭉치고, 골반이 아픈 당신은 
몇 번이고 자꾸 새벽에 혼자 깨어 몸을 동그랗게, 동그랗게 몸을 말아 
새벽을 건넙니다. 나는 가능한 질기고 질긴 해초다발이 되어
당신이 떠내려가지 않게 등을, 배를, 허리를, 종아리를 스윽스윽 
감아 다시 눕힙니다.


+++++ 
해달이 하루에도 400회 가량 물질을 하듯 
당신은 하루에도 400회 가량 배를 쓰다듬습니다. 
쉴새 없이 아가가 있는 바다속으로 잠수해 들어가 
아가를 쓰다듬고 나온 당신,은 
또, 두 손을 배 위에 올립니다. 
햇볕과 햇살과 햇빛의 차이를 궁금해하는 
당신, 두 손 위에 햇발이 드리칩니다.


#이렇게아버지가된다 #닮은꼴동물_팬더_백곰_큰고래_코알라 #이제다음주에만나자_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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