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생물도감 #2

by 서한영교

Aloys l -Zötl, < 바다코끼리 The Walrus > 1879




<아>

-30일 차



1

하품할 때면 누군가 입 밖으로 누가 나올 것처럼 아가는 크게 하품한다.

자신이 가진 최대치의 입모양이다.


기지개를 켤 때면 누군가 몸 밖으로 나가려는 듯 아가는 크게 하품한다.

자신이 가진 최대치의 몸 끝을 뻗는다.



2

하품과 기지개의 끝마디마다 아가는 ‘아’ 했다.

끝을 터트리는 소리.

아가의 최대치에서 ‘아’는 터져 나왔다.

‘아’를 말했다고 보기도 어렵고, 발음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아’는 분명 몸의 최대치에서 터져 나오는 말이었다.



3

그러고 보면 감탄사(아아, 오호, 우와)들은 대부분 몸 안에서 터져 나오는 말이다.

한자어 ‘감탄感歎’의 ‘탄’ 자를 살펴보면 ‘하품 흠欠’ 자가 들어가 있기도 하다.

‘흠欠’ 자의 뜻에는 기지개도 있다.

하품처럼 몸 안에서 터져 나오는 말.

몸 안에 있는 ‘아’를 온몸으로 끌어올리는 기지개의 말.



4

아토피에 시달리던 동생이 새벽에 혼자 일어나 피부를 북북 긁으며 터져나오던, 아

스케이트 보드 타다가 정강이 뼈에 금이 가 데굴데굴 구를 때 터져나오던, 아

지갑을 집에 두고 나왔다는 걸 지하철 게이트에서 겨우 알게 되었을 때 터져나오던, 아

아, 가 터져나올 때는 고통의 끝, 행위의 끝에서 였다.



5

‘아’를 메모장에 채집하고 난 뒤 ‘아’에 대해서 생각했다.

아, 맞다.

태어나서 처음해보는 '아'에 대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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