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생물도감 #3
Aloys Zuetl <흰원숭이 The White Saki> 1835
<하아>
-56일차
1
풀을 잘 먹고 있던 말이 푸르르하아, 하고 한숨을 돌리듯
아가는 젖을 막다말고 ‘하아’하고 한숨을 돌렸다.
그 말이 너무 정확하게 ‘하아’라고 받아 쓸 수 있을 정도로
‘ㅎ’와 ‘ㅏ’가 맞아 떨어졌다.
아가의 말을 점점 받아 쓸 수 있을 만큼 정교해지고 있다.
2
하와이의 인삿말 ‘알로하’의 하ha는 숨을 뜻한다.
알로alo는 마주한,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한데,
알로하는 서로 마주하고 숨결을 나눈다,
라는 뜻이 있다는 걸 훌라춤을 추는 친구가 알려주었다.
하ha, 라는 말과 숨이라는 뜻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말인 것 같다.
3
한 겨울 창가에 입김을 ‘하’ 불어 곰발자국을 찍는 것.
장거리 달리기를 마치고 결승선을 지나 ‘하아하아’하고 무릎을 쥐는 것.
정성을 다해 준비한 일이 점점 망가지는 것을 보며 ‘하아’하며 허공을 부풀리는 것.
‘하’는 확실히 숨의 입모양과 무척 닮아있다.
4
아가의 면기저귀를 빨다 지쳐 거실에 누워 앞치마 주머니에 넣어둔 메모장을 꺼내들었다.
메모장이 다 젖어있다.
하아, 하아, 하하.
오늘 채집한 '하아'는 무척 축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