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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파고 Dec 29. 2020

창,  너에게 던지는 메시지

빛과 모래의 여행

프롤로그



빛과 모래의 여행은 유리, 정확하게 유리창에 대한 이야기이다.


유리는 금, 은, 철 등등처럼 경제와 산업 측면에서 중요하고 유용한 물질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천연보석을 모방한 장식품으로, 장신구로 극소수만이 사용했고 한참 지난 후에야 공예품이 되거나 식탁에 올랐다. 시대를 풍미한 몇 가지 물품처럼 사치 금지법의 목록에 오른 일도 없다.  산업이 발달하면서 비로소 중요한 소재가 되었다.


미국에서 자동차 산업이 급성장하던 시절, 1938년 생산된 판유리의 2/3가 자동차 유리로 쓰였다. 당시 미국에는 3천만 대의 자동차가 달리던 때였다. 대량생산하는 일상용품이 되고 거대한 건축물의 외장으로 늠름하게 군림하면서 이제는 흔하면서도 특별한 소재가 되었다.      


창문은 공공재로 태어났다.


그에 비해 유리창은 훨씬 일찍 대중들에게 등장했다고 할 수 있다. 엄청난 비용과 기술이 필요해서 특권층만이 만들 수 있었다. 흥미로운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리창은 사유가 아니라 공유의 개념을 타고났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라. 애초에 유리창은 개인의 주택이 아닌 공공성을 띤 건축물에 설치됐다. 누가 만들었든, 누가 돈을 댔든 그 순간부터 유리창은 누구나 볼 수 있는 – 공유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      


사실 당시로 돌아가 보면 거대한 유리창은 가성비가 너무 낮은 비효율적인 설비였다. 유리의 제조, 유통상황, 생산규모를 봤을 때 엄청난 무리수라고 할 수 있다. 부와 권력, 자원을 총동원해서 실현해낸 결과물을 귀천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들과 나누려는 훈훈한 마음이었을까? 그게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알 것이다.

   

창문을 경계로 안과 밖은 서로 바라보고 차단되거나 연결된다. 의사소통을 할 수도 있다. 창문 위에 구호를 써 붙이면 시위 수단이 된다. 포스터를 붙이면 광고판이 된다. 창문을 통해 빛이 통과되고 굴절되며 독특한 시각효과를 빚어낸다. 유리창은 사람들을 향해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는 디스플레이의 원형이다.


천년 전에 그 기능을 간파한 사람들이 스테인드글라스라는 한 시대의 아이콘을 만들어냈다. 그들은 시대를 한참 앞서간 소재를 통해 건축물을 완성하고 자신들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제는 퇴색된 채 관광코스의 일부로 남아 있지만 전성기에는 그랬다.  시대가 바뀌면 메시지의 내용과 형식도 달라진다.



소통과 프로퍼간다는 동전의 양면처럼 유리창을 매개로 이루어졌다. 유리창에 더 많은 첨가물과 복잡한 공정을 거쳐 디지털 장치를 추가하면 우리가 사용하는 모니터, 디스플레이가 된다. 그 위에 무엇이 펼쳐질 것인가.      


Window는 창문이다.


20세기 말 빌 게이츠가 윈도우 Window라는 이름을 지었을 때 그 역시 세상을 향해 소통하는 창문의 의미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윈도우가 실현한 혁명에 내가 말하려는 유리창의 의미가 연결된다.      

빌 게이츠의 윈도우는 디지털 혁명을 열었다. 창문을 여는 것 같은 방식으로 컴퓨터 운영체제를 만들면서 세상을 연결하는 방식을 바꿨고, 놀라운 속도로 세상 자체가 바뀌었다. 한 시대를 넘어 그 이상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기능과 함의에서 오래전 유리창의 역할과 유사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제는 자유와 평등이 흘러넘치고 풍요를 만끽하며 존엄한 개인이 메시지를 선택하는 시대라고 한다.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기술적 진보가 우리에게 준 무한한 가능성은 우리만을 위해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면 말이다.


천년 전의 사람들과 우리는 다른가?


천년 전의 대중들은 춥고 배고팠고 고단하고 무지했다. 대성당의 창문으로 들어온 아름다운 빛이 머리 위를 비추는 순간엔 잠시 천국에 있는 듯한 안식을 느꼈다.(느끼라고 했다.) 죽으면 이런 곳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는 희망만이 삶을 견디게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천년 전의 우매한 대중들과 어떻게 다른가? 진정 다른가?      


유리는 어떤 물리적, 화학적 상황에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깨지기는 쉬우나 어쨌든 소멸하지 않는 물질이다. 이 작업도 그렇게 갈 것이다. 역사 이면에 가려진 유리창의 역사이자 메시지의 역사를 찾아가면서 우리가 알고 있던 작은 사실들에 질문을 던지고 서로 다른 관점들을 살펴보는, 작업 자체가 메시지에 대한 회의로 가득차길 바래본다.  




타이틀 & 본문 이미지

A Window to the World

by Kessels Kramer

프로젝트 영상 링크


코로나 시대의 예술가들 - Kessels Kramer의 프로젝트는 얼마나 시의적절하고 아름답게 창문을 증명하는가.

이런 퍼포먼스는 절대 빠지지 않는다는게 웃음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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