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공기 속에 간절해지는 어느 밤

by Far away from

무척이나 피곤한 일요일 밤. 피곤에 지쳐 잠시 누웠더니 둘째 민서가 이불을 갖다 주고 덮어주는 것이다.

'얘가 웬일이지? 보나 마나 5분도 안되어 놀아달라 떼쓰겠지?'

하지만 오랫동안 토닥토닥해주며 오히려 날 재우려 드는 것이다. 무척이나 편한 기분에 정말 잠이 들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분주하게 오고 가며 자기 할 것 하면서 날 재우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그러다 너무 미안해서 일어나서 민서 방에 가서 앉는다. 민서는 그게 기쁜지 나에게 이것저것 보여주며 자랑을 한다.

그런 민서는 마치 이 시간이 무척 짧으며 그 짧은 시간에 풀어놓고 싶은 것들이 참 많은 것 같아 하는 느낌이다.

그 느낌에 마음이 아파 생각에 잠기다가 무의식 속에서 습관적으로 아토피로 아픈 손가락을 긁었나 보다.

"아빠 왜 그래?"

"응.. 간지러워서"

"긁지 마~ 긁으면 계속 간지럽다~"

순간 깜짝 놀라 아이를 본다.

'4살 아이가 이런 걸 어떻게 아는 거지? 아니, 알더라도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저렇게 말할 수 있는 거지?'

조지 윈스턴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12월의 조용한 겨울 밤.

순간 나는 전생과 후생 삶과, 죽음의 단편집을 한 100편쯤은 읽은 기분이 든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이 아이는 내게 너무나 소중하고 간절한 존재로구나.

어렸을 때 엄마가 자주 했던 말

'긁으면 더 간지럽다'

그 말을 딸에게 듣는 느낌. 소름 돋게 사랑스럽다..

또다시 이불을 덮고 눕는다.

가만히 누워서 드는 생각이 갑자기 코 웃음이 나온다.

'훗.. 내가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

민서가 덮어준 이불을 덮으며, 민서가 토닥거려주는 손길을 느끼고 있으니 나중에 생을 마감하는 순간의 느낌도 이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조지 윈스턴의 노래, 하늘의 별. 사랑하는 딸아이의 사랑스러운 손길과 인기척. 이거면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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