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탄생하기 전 그것은 마치 결혼 전 나의 모습 같았을 것이다. 차분하게 오만했고, 자신감에 차서 세상 많은 것들을 내 통제 하에 두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결혼으로 인해 한 세상이 탄생하게 되었고, 나의 그 세계관은 보기 좋게 허물어져 버렸다.
아이를 좋아하지 않던 내가 어디서 왔는지 어떤 사명으로 태어났는지도 모를 그 생명체 앞에서 탈피하며 허물어지기까진 5년에서 6년정도의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여리고 미완성이었던 7세부터 낯선 초등학교란 조직에서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던 9세까지의 교감.
우주로 따지자면 빅뱅의 전후 정도가 되는 것만 같았던 그 약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이 책에 쓰여지지 않은 다양한 경험들과 함께 민재와 나는 이제는 한 몸보다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기분이 든 우리는 영혼을 나누었다고 말해도 지나친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뒤돌아 보면 너무나도 신비롭고 감동스러운 그 세계는 어떤 말로 형용할 수도 없는 세계였다. 슬플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행복했다.
그러다 민서가 태어나게 되었고, 민서의 탄생은 나의 세상에 일말의 불완전함과 불안정성을 종식시켜 주었다. 어쩌면 그녀의 기운이 우리 가족의 불균형을 말끔히 해결 해 준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하루하루는 마치 풀, 나무, 하늘, 물 등 자연의 아름다운 것들과 같으며, 모든 자연은 존재하고 자연스럽게 유지되는 것만으로도 크게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삶 또한 그러하다.
황폐하고 메마른 세상에 너희라는 존재로 인해 완벽해진 나의 세상에 마음껏 박수 쳐주고 싶다.
고맙다. 사랑한다.
내 몸과 마음이 다다를 수 있는 그 끝까지..
어쩌면 민재의 책의 성격인 이 책이 발간되면 둘째 민서가 많이 질투를 할 것 같은데.. 조만간 민서의 책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민서의 책을 낸다면 민재처럼 절절한 사랑고백이 아닌 순백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글들이 주를 이룰 것 같다. 민재가 산전수전 함께 다 겪은 아내와 같은 느낌이라면, 민서는 바라만 봐도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내게 첫사랑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내게 출판의 용기가 나게 해 주었던 사랑하는 우리 가족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