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Far away from Mar 4. 2021
나는 나무다
혼자 조용히 자라는 나무
고요를 베개 삼고
어둠을 이불 삼아
서서 자고 먹는 나무
중력을 거스르는 불편함 따위야
내게 얼마든지 견딜 수 있는 일
움직이지 못해 불편하냐는 물음엔
움직이고 말할 수 있어 고뇌와 번잡함이 가득 쌓이는 것보단 낫다는 말로 답한다
건조한 것 같은 껍질 속에
부드럽고 촉촉한 속살이 있으며
그 안에 흐르는 피는
누구보다도 뜨겁다
푸른 하늘을 양분 삼아 열매를 맺고
별빛과 별똥별의 궤적을 가지에 새겨
나만의 몸을 만든다
나는 나무
꿈꾸며 희망하며
고요히 한 평 땅을 차지해
오늘도 별 일 없기를 바라는
고독하길 원하는 다친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