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시

나는 나무

by Far away from

나는 나무다

혼자 조용히 자라는 나무


고요를 베개 삼고

어둠을 이불 삼아

서서 자고 먹는 나무


중력을 거스르는 불편함 따위야

내게 얼마든지 견딜 수 있는 일


움직이지 못해 불편하냐는 물음엔

움직이고 말할 수 있어 고뇌와 번잡함이 가득 쌓이는 것보단 낫다는 말로 답한다


건조한 것 같은 껍질 속에

부드럽고 촉촉한 속살이 있으며

그 안에 흐르는 피는

누구보다도 뜨겁다


푸른 하늘을 양분 삼아 열매를 맺고

별빛과 별똥별의 궤적을 가지에 새겨

나만의 몸을 만든다


나는 나무

꿈꾸며 희망하며

고요히 한 평 땅을 차지해

오늘도 별 일 없기를 바라는

고독하길 원하는 다친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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