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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 away from
Jul 26. 2021
아스팔트 위에 지렁이의 사체 주변엔 무덤처럼 흙더미가 쌓여있었다.
누군가가 추모하기 위함인 걸까?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 리 없다 생각한다
마치 전쟁터를 방불하듯 곳곳에 놓여있는 지렁이들.
스러져가는 생명에 지켜야 할 예의라도 있는 것인지 겹치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흙더미는 어설퍼서 지렁이를 다 덮지 못하였다.
마치 무덤 속을 살펴보는 것처럼 현실은 가혹했다
개미들은 무심하게 지렁이를 뜯어먹고 있었고
요동치지 않는 지렁이의 몸뚱이를 보며 난 한편으론 안도하고 있었다.
마지막 처절한 몸부림을 볼라치면 몸 안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마음이 꿈틀거려 세포 하나하나가 곤두서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었다.
여름 햇살은 인간에게만 가혹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일차원적인 생태계의 순환보다 더 가혹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런 지렁이들의 죽음보다 피폐해져 가는 인간들의 민낯들을 너무나도 많이 경험한 탓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