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시

무표정

by Far away from

너는 떠나고

나는 남아있다


텅 빈 거리에는

그리 밝지도, 그리 어둡지도 않았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툭툭 무심한 빗방울이 떨어졌다

더위를 한껏 머금은 채 축 늘어져 있던 수국의 모습이 다시 생기를 되찾기엔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이 보였다


흘러가는 구름을 따라가는 시선에

무덤덤한 척 안간힘을 쓰는 마음이 보태진

애매한 모습의 나에게도 비는 내렸으며

빗방울이 부딪히고 나서야 난 살아있음을 깨닫는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구분하지 못할 것들이 뺨을 타고 내려오고

그 물마저 시간이 흘러 말라 버리고 만다


각자 눈에 띄기 위해 색색깔로 새겨진 글씨의 간판들이 노을빛을 맞아 수채화처럼 번지고 있었고

아슬아슬 줄 하나에 지지한 듯 전봇대가 위태롭게 서 있었다


분주하게 가고 멈추라 말하는 신호등 불이 바쁘게 바뀌고

그럼에도 가지 않고 있는 난 조바심을 느낀다


무거운 듯 아래로 뭉개지는 구름 위로 별빛이 잠시 반짝이고

별빛에 어느덧 하나의 추억이 소환되어 난 잠시 목마름을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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