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시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by Far away from

더위를 느껴 외투를 벗는다

해가 구름 속에 가려지자 다시 서늘함이 느껴진다

벗은 손이 민망해서

외투를 만지작만지작


상황은 빠르게 변하고

내가 한 판단에 책임을 져야 했지만

그 책임이란 게 생각해보면 그리 대단할 것도 없었다


구름은 빠르게 흘러가고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은 영원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 변해갈 그저 그런 하늘이었지만

그저 그런 하늘만은 아니었다


바스락 거리며 부서지는 발 밑의 마른 낙엽

조약돌 소리를 내며 부딪히는 땅 위의 돌들

어깨에 부딪히는 나뭇가지와

상처나 아픔을 호소하는 나무줄기


내 주변 모든 것들에 난 책임을 느끼며 살아가지만

내게 책임을 묻는 존재는 실로 그리 많지 않았다


어느새 어두워지는 하루

차갑게 식으며 상쾌해져 가는 공기

한걸음 물러서서 몸속에 빈틈을 만들면

빠르게 들어차는 좋은 기억들


상처뿐인 몸뚱이지만

또 그 몸뚱이로 새로운 것들을 행하는 하루


모든 존재가 그러하겠지


영하의 캠핑장 나무 밑에 바르르 떨고 있는

아직까지 살아있었던 매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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