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시

by Far away from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는

막연한 느낌으로

비 오는 퇴근길 차창밖을 바라본다


내가 왜 비 오는 날을 좋아했지?


나이가 들어가며 기억나지 않는 많은 것들 중

그것 또한 포함된 듯

내가 비를 좋아했던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다


어두움

축축함

인적이 드물고

각자 사람들은 종종걸음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생각해보면

지금 기억나는 많은 것들 중

찬란하고 기쁘거나 흔한 보통날은 잘 생각나지 않는 것 같다


지극히 외롭거나

죽을 듯 아프거나

몹시 지루해서 미칠 듯 공상했던 때

눈을 부릅뜨며 나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려 했던 때


그 모든 기억나는 순간들의 배경엔

항상 비 오는 풍경이 있다


비 오는 날은

아픈 나를 어둠으로 가려주고

내 갈라진 몸과 마음을 붙게 해 주었으며

마음껏 혼자임을 누리는 나를

자유롭게 해 주었다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는

해야 할 많은 것들을 해결하며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내 삶의 모든 중요한 덩어리를 머금은 채

비는 축축하고 크게 방울진 모습으로

끝없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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