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Far away from Feb 14. 2022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는
막연한 느낌으로
비 오는 퇴근길 차창밖을 바라본다
내가 왜 비 오는 날을 좋아했지?
나이가 들어가며 기억나지 않는 많은 것들 중
그것 또한 포함된 듯
내가 비를 좋아했던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다
비
어두움
축축함
인적이 드물고
각자 사람들은 종종걸음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생각해보면
지금 기억나는 많은 것들 중
찬란하고 기쁘거나 흔한 보통날은 잘 생각나지 않는 것 같다
지극히 외롭거나
죽을 듯 아프거나
몹시 지루해서 미칠 듯 공상했던 때
눈을 부릅뜨며 나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려 했던 때
그 모든 기억나는 순간들의 배경엔
항상 비 오는 풍경이 있다
비 오는 날은
아픈 나를 어둠으로 가려주고
내 갈라진 몸과 마음을 붙게 해 주었으며
마음껏 혼자임을 누리는 나를
자유롭게 해 주었다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는
해야 할 많은 것들을 해결하며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내 삶의 모든 중요한 덩어리를 머금은 채
비는 축축하고 크게 방울진 모습으로
끝없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