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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시

단 하나의 오늘

by Far away from

가끔 무기력해질 때

자연스레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다


햇살이 투명하고

난 골목 한가운데 멈춰서 있고

빠르게 지나가는 것들 사이에

어린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사치

그 자리에 멈춰 있는 것


그대로 멈춰 있었지만

내 머릿속에선 커다란 콩나무 줄기가 자라서

담장과 하늘을 덮었고

천둥 번개가 온 세상에 울려 퍼지며

세상이 사라질 듯 모든 것이 요동치고 있었다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불화산처럼 타올라

초신성 폭발하듯 모든 것이 폭발할 것 같았던

아니.

폭발하기를 바랐던 그때


왜 나는

가장 위로받고 싶은 순간에

가장 불행했던 그때가 생각나는 것일까?


또 나는

왜 그때를 떠올리면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린 것처럼

마음이 차분해지는 걸까?


무너지고 있는 나 자신과는 대조적으로

너무 맑고 밝아 꼿꼿하게 서 있었던 하루


무너지고 아프고 다치고 불타올라도

봄이 오는 새벽 공기에서 느껴지는 청량함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감사함


단 하나의 오늘이 시작되고

단 하나의 오늘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


'그래

난 뭐든지 할 수 있지.'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자꾸 과소평가하게 되는 나


그래.. 난 뭐든지 할 수 있다


단 하나의 오늘

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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