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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시

봄 그리고 비

by Far away from

연녹의 푸르름이 가득한 봄

모두 푸르러 완벽한 것들로 이루어진 듯 보이지만

가까이 가서 보니 그게 아니다


벌레 먹은 놈, 거미줄 쳐진 놈. 한쪽이 떨어져 나가 덜렁거리는 놈 등..

각양각색의 부족한 잎사귀들이 모두 모여 하나의 푸르름을 이루고 있는 게 아닌가?


봄비가 흩뿌린다

그리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자유로운 궤적을 그리며

방울방울 떨어져 내리는 비..

그 자유로움과 완벽하지 않음이 무척 청량한 기분이 들게 한다


세상은 무언가 부족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부족함을 알지만 그것을 인정한 채 살아가야 하기도 하고

부조리한 상황을 감내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아픈 몸인 채 살아가고

장애를 가진 채 살아간다


봄 하늘은 다시 맑아지고

모든 게 완벽해진 것 같지만

맑고 밝은 세상에선 부족함이 더 도드라진다


그곳엔

오래된 한이 서려있고

풀어낼 수 없는 응어리가 너무도 커졌으며

아직 잘 이해할 수 없는 어머니의 눈물과

이겨내기 힘든 상황에 적응하느라 자신도 모르게 변해가고 있는 작고 가녀린 딸의 세상을 향한 분노가 제법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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