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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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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r away from Jul 08. 2022

고요 속의 나

내 마음의 고요는

어디에 닿아 있을까?

드넓던 고래불 바다의 멀고도 아득했던 수평선일까

흐린 하늘에 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젊고 건강해진 푸르른 나뭇잎일까


움직이지 않는 것들을 바라보지만

모든 것들은 거세게 요동치고 있고


내 마음의 평안은

이제 막 거센 태풍과의 싸움을 끝내고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작고 커다란 한 세계 한 세계는

멈춘 듯 움직이며 끊임없이 내 자세를 고쳐 잡으라 한다


배웠던 것도 까먹고 익힌 것도 흐트러지는 나로서는

큰 변화들이 두렵고 무섭기도 하지만

가끔씩 숨을 들이켜고 하늘을 쳐다보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럴 때면 신기하게도

과거 나를 수호해줬던 흰색 유니콘이 나타나

나를 무섭지 않게 태워서 온 세상을 날아다니며 호기로운 마음을 채워준다


과거의 나는 그 유니콘이 엄마이거나 아빠인 줄 알았다

때로는 내가 믿지 않는 그 어떤 종교의 절대자이거나

그 어느 종교에도 속해있지 않는 나만의 절대신이라 생각하기도 했었다


계절도 흘러가고

내가 좋아하는 나무, 숲, 맑은 계곡, 들판..

가슴엔 남아있지만 결국 마주한 것들은 떠나보내야만 했다


같은 곳을 찾지만

너 아니면 나 둘 중의 하나는 변한채 만나야만 했다


어쩌면 오래 함께 있던 것들의 변화는 나를 더 쓰라리게 했다


다시 고요 앞에 마주 선다

가장 익숙한 ‘나’라는 존재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 것인지 혼탁해서 보이지 않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적당한 긴장감속에 두려워 떨고 있는 하나의 존재가 그대로 멈춰 서서

모든 감정과 느낌을 지운 채 우주 속으로 무형의 나를 날려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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