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Far away from

하루 종일 흔들리는 날이었다

다른 사람의 말에 흔들리고 표정에 흔들리고

또 여럿이 만들어 놓은 상황에 흔들렸다


퇴근하는 길

이유 없이 재촉하는 발걸음 위로 보이는 건물들

그 위로 입김에 흐려지는 노을이 있다


노을은 많은 것들로 가려져 있다

앙상한 나뭇가지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

흩어진 구름들과

내 어릴 적 추억


내 안에는 수없이 많은 노을들이 겹쳐 있지만

다시 보는 모든 노을이 새롭고 찬란하다


때론 느리게 걸었고

때론 밤이 될 때까지 지켜보기도 했다


멀리 보이는 일꾼들의 어둡고 환한 웃음소리 또한

그 풍경에 맛을 더해주곤 했다


나는 컸고

집에 돌아가면 얼큰한 고등어 김치찜을 끓여줄 엄마도 없지만


흔들리는 하루 뒤에 천천히 변해가는 노을이 있고

더위에 지쳐 갈 때쯤 차가워지는 노을 풍경이 있고


젊은 노을과

나이 든 노을과

가끔은 그립고 부끄럽고 남이 볼까 화들짝 놀라 주머니 속에 집어넣는

나만의 비밀 노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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