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사

by Far away from

뜨거운 오후

음지에 있던 지렁이들이 잠행에 나선다


끝이 어디인지 모를 뜨겁게 달궈진 보도를 건너 건너..

무엇이 부족하여 길을 나섰던 것일까?


촉촉한 몸이 뜨거운 바닥과 햇살에 서서히 말라갈 때쯤이면

어디선가 개미 친구들이 찾아온다


말라버린 동료를 따갑게 물어뜯고 있는 처참한 곳 옆으로는

다행히도 반가운 그늘과 습기를 머금은 풀들이 존재한다.

지렁이는 그곳에 도착해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삶이다.

수명이 다하지 않은 대가로

그 무언가를 향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지만..

내가 가는 길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

언제 끝나는지.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지렁이..

그 처참하게 일그러진 러시아워..


그들의 삶도 우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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