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빛

by Far away from

아파트 현관문틈 사이로 빛이 보인다

늦은 아침의 한가로운 햇살

멈춰있는 것 같은 다소 쌀쌀한 공기


언제인지 모를 과거의 어떤 날

무척 나다운 상상을 하며

무척 나다운 행동을 하며 살았던 어느 보통날


희망적이지 않았지만 희망을 품었던 그때의 나도

이 빛을 보고 있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두리번거리며

심장이 떨어질 듯 두근거리는 시간 속에

습관처럼 매년 쫓기듯 건강검진을 하며

마치 내가 불량품이 아니라는 걸 매년 증명해야 하는 것처럼


앞 동료의 분주함과 한숨소리

덩달아 나까지 조바심 나는 초. 분. 시간

분명 나는 바쁘게 쫓기며 하루를 보냈는데

내 인생의 결과물은 점점 더 멀어진다


매일 일정을 짜고

매일 계획을 하고

매일 새로운 것들을 찾아내는데

왜 난 나아지지 않을까?


비우고 비우고 또 비워내

겨우 한 조각 만들어진 마음속 틈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온다


그 빛에 비춰진

어린 내가 있다

어린 네가 있다


이유 없는 발걸음이 좋았고

조건 없는 한가함이 좋았던

삶을 살아간다 말할 수 있던 시절


그 시절 내 기억 속의 내가

빛에 비춰진

현실의 너를 마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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