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by Far away from

눈이 온다고 한 날

창밖의 흐린 하늘 밑의 소나무들은 나름대로의 리듬을 타며 흔들리고 있다

눈이 편안해지는 하늘 색깔은

액자처럼 펼쳐진 창 밖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게 하고

피부에 닿는 차가운 공기가

따뜻하고 편안한 집 안으로 다시 들어가라고 속삭이는 듯 하지만

다시 빨라진 움직임으로 살랑살랑 춤을 추는 소나무가

자신을 좀 더 바라봐 달라고 말하는 듯하다


캠핑장.

임시의 집이 자연과의 간격을 줄여

좀 더 밖을 응시하게 되는 그곳과 달이

집은 좀 더 견고해서 밖보다 안의 시간을 더 갖곤 했었는데

오늘은 왠지 밖의 풍경이 더 살갑다


항상 무언가를 준비해야만 했었던 나에게

자연의 많은 것들도 꼭 무엇을 준비하는 것만 같은 느낌으로

나 자신이 투영되어 보인다


눈 오는 날을 준비하며 차가운 습기를 머금은 하늘

봄을 준비하며 차갑게 흔들리는 소나무

지나가는 사람을 준비하며 덩그러니 방치되어 있는 길과 아스팔트까지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는 나는 또

무엇을 준비하며 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까?


좋아하는 것들과 준비해야 하는 것들, 마땅히 해야 할 의무와 누릴 수 있는 권리 등이 다 섞이고 뭉쳐서 맹목적으로 무언가를 처리하고만 있는 나의 모습과 대비되어 홀로 꿋꿋이 흔들리는 나무를 쳐다본다


햇볕이 비추면 비추는 대로,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눈이 어면 오는 대로.. 그저 자연스러운 가운데 꿋꿋이 서있는 나무


나는 나무가 되고 싶은 것일까?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다면 그야말로 끔찍한 삶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나무를 꿈꾸고 있는 것일까?


내 의지는 어떤 시간을 타고 어떤 것의 먹이가 되어버렸길래

난 나무를 꿈꾼 채 이곳에서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게 되었을까?


끝나지 않은 페이지의 삶에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들 속에서

알 수 없는 길로 향하는 나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 해대며

나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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