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서는 아마

by Far away from

어둠으로 만든 꽃잎이 창밖으로 흐드러지게 떨어질 때

너는 무엇을 하고 있니?


별로 만든 고운 손을 가지고 있는 너는

함박꽃같이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너는

마음씨가 고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미안한 너는

아빠앓이를 하고 있다.


처음 헤어질 땐 괜찮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누군가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직면했을 때 덤덤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이 에이는 것처럼

민서도 아마

그런 것이 아닐까?


사랑한다 말해도 사랑이 해소되지 않고

보고 싶다 말해도 보고 싶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민서는 아빠앓이

나는 민서앓이

생이별 이 무슨 생이별


어둠의 꽃잎이 다 떨어지고 나면

또 아침이 오고

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또 저녁이 되고


하루만큼의 소소한 것들을 차곡차곡 담아

예쁘게 접어서

네게 줄 편지를 쓴다


오늘 하루는 어땠니

울지 않았니

마음은 괜찮니와 같은

기본적인 안부의 문장들이지만


삶의 근본은 기본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대단한 것들을 해내는 사람들도 똑같은 뼈와 살로 이루어진 것처럼

내가 네게 건넬 말들은 그런 것뿐이지만

그게 사실 나의 뼈와 살과 같은 것들이다


네가 날 생각하며 울면

무척 슬프고 안타깝지만

힘이 나기도 한다

날 그리워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날 애타게 생각하며 하루의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준다는 것만으로

나는 기댈 곳 있는 것 같아 힘이 난다


내게 힘이 난다는 것은

내가 나다워진다는 것

난 너로 인해 나다워지고

그간의 상실감을 보상받는 기분이다


또 받고 있다

하염없이 받기만 하는 나는

내게 "미안해"라고 하는 너를 본다


세상에 흔한 일이다

하염없이 주는 사람이 미안해하는 일

그게 내 딸이라는 사실에

난 아무 말도 못 하고 먹먹한 가슴을 두드리며

그저 말없이 눈물만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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