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1.04 22:09
집으로 가는길에 낯익은 개조심 간판..
행여 짖을까 조심스러운 몸짓으로..
개를 피해 까치발으로 구퉁이를 지나는 나는
낡은 관습의 성실한 이행자..
집에 가는길에 하루살이떼들..
따라오는 하루살이떼를 떼어 놓으려 달리다 맞딱뜨린 자전거.
아.. 자전거 도로였구나..
습관처럼 누군가 정해놓은 규칙들을 지키다 지쳐버린 하루속에..
또 지켜야 할것은 무엇일까..
나를 얽매는 구속들.
이름으로 규정지어진 관계들..
시원한 이승엽의 장타조차 규정안의 축제인걸..
우연히 집앞에서 마주친 맑은눈빛의 소녀..
겁먹은듯이 나를 쳐다본다..
무엇인가를 발견한듯이 그아이의 얼굴앞으로 드리민얼굴..
신기한듯이 꺄르륵 웃고 달아나는 어린소녀..
아..
너의 눈빛만은 어느곳에도 끝이나있지 않구나..
깊은 심연의 무언가를 본것처럼..
너털웃음을 흘리며 팔을 넓게 펼친다..
집으로 가는길에 본 나만의 것..
하하하 웃음속에 달라진것같은 세상..
웃음이 끝난후 알수없는 허전함..
다시 나의 발걸음은 집으로 가는길..
다시 나는 펼쳐진 길위의 순례자..
다시 나는 쓸쓸한 영혼..
2003년작. 완성도는 높지 않지만, 누구나 그러했듯이 규칙속에 얽매이는 것에 답답했던 나는 작은 에피소드를 통해 약간의 해소감을 느끼지만 이내 현실로 돌아가는 것이 많이 힘들어 보인다.
13년이 지난 지금. 난 규칙속에 갇혀 지낸다는 느낌을 잊고 살 정도로 세상에 길이 들었다. 그만큼 소중한 것들을 많이 잃어버린채 살아가고 있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