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하는날.
언제나처럼 불안한 마음과 초조한 마음이다.
왜 항상 건강검진을 할때면 어딘가 크게 아픈 곳이 있을것 같을까?
그런 생각이 들때마다 날 위안하는 마음의 소리.
'아직 난 젊잖아. 40도 되지 않았어. 크게 아픈 곳은 없을꺼야.'
같이 검사하는 나이든 사람들을 보면서, 내 젊음이 영원하지 않을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고, 내가 아파도 묵묵히 운명을 받아들일 수 있을 나이는 과연 몇살일까를 생각한다.
건강검진을 하면서 드는 생각.
나쁠수도 있을 건강에 대한 소중함과 유한한 생명에 대한 절박함과 간절함.
머리를 한대 맞은 듯이 여러가지 생각들이 교차한다.
우리는 하루아침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미완의 삶을 살고 있다.
불로장생도 아니고, 천하무적도 아니다.
그 어떤 빛나는 능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 능력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는 현실속에 살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유한함과 불완전, 한계는 가진 것들을 절박하고 간절하게 만든다.
사람이란 원래 그런 존재이기 때문에 건강함을 확인하고 나면 다시 건강에 대해 간과하고 살겠지만,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할때나 아프고 나서 반복적으로 그 소중함과 간절함을 깨닫게 되리란걸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민재가 다쳐서 입원했을때를 떠올린다. 그 생과 사의 경계와 절박함. 그 어떤 상황이 닥칠수도 있겠다는 위기의식으로 보통의 부성애 이상의 감정이 생겼고, 그 감정은 일상 용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우리만의 '특별함'이 되었다. 이처럼 불완전과 한계를 깨닫는 과정에서 우리는 특별한 '관계'가 된다.
모든게 무한하고 한계가 없다면 간절함도 없고, 각자 나름의 특별함도 의미가 없어진다. 그 한계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우리를 성장 시키기도 하고 우리를 소멸시키기도 한다.
그런존재. 그렇게 풀리지 않는 논리속 굴레속에서 쳇바퀴 돌리다가 이내 사라져버릴 존재. 그 속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과 같은 '사랑'. 아무리 특별한 별이라 하더라도 일반적인 99프로의 물질로 이루어져 있듯이.. 아주 특별한 사랑이라 하더라도 일반적인 99프로의 날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끝을 생각할때 100프로가 되어버리는 '사랑'. 사랑앞에 아무리 해소를 하더라도 끝에선 슬프고 간절한 감정이 드는것. 후회스런 감정이 드는것. 사랑만이. 사람만이 가질수 있는 이상하고 또 이상한 감정 앞에서 할 수 있는거라곤 그저 침묵하며 묵묵히 하루하루를 사는 수밖에 없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