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노가다의 추억..
노가다.
사전적 의미로 막일, 막일꾼, 행동이나 성질이 거칠고 불량한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말. 처음에 일본어에서 시작된 말로 우리나라 건설현장에서 아직까지 흔하게 건설인에게 지칭되는 용어이다.
노가다라는 말은 건설현장의 다양한 계급층을 아우르는 말로, 건설현장에서 돈을 벌어먹고 사는 화이트칼라에서부터 블루칼라. 그리고 최저소득계층인 잡부나 막노동 알바까지를 광범위하게 지칭한다.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연령대와 다양한 소득층. 다양한 학력계층을 함께 지칭하는 용어가 있었던가? 난 그런 매력때문에 노가다를 시작했고, 노가다는 막노동알바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새벽 인력시장에서 끌려온 나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채 차를 타고 낯설고 외진곳으로 달려간다. 무심하게 떠오르는 태양은 어제 내가 보지 못했던 모습으로 붉게 떠오른다. 내 자신을 어디론가 팔아넘기는 것만같은 씁쓸함을 곱씹으며 도착한 곳은 신축건물 공사현장. 알바생들에겐 지급되지 않는다고 얘기를 들었기에 군화를 챙기고 집에있던 못쓰는 옷을 바리바리 가방에 챙겨서 나왔다. 콘크리트 먼지가 가득한 창고같은 곳에서 감독자의 독촉에 서둘러 옷을 갈아입는다. 매케한 연기가 폐속 깊숙히 들어가는 것을 느끼지만 그 상황에서 나의 건강을 챙기는 것 따위는 사치이다.
'김반장~ 얘네 일좀 시켜줘~ 우리인력에서 왔는데 오늘 좀 젊은놈들이 넘어왔네~ 쓸만한지는 모르겠지만..'
높아보이는 건설사 직원을 지나쳐, 높아보이는 업체의 현장소장 안전모를 쓰고 있는 사람을 지나쳐, 높아보이는 작업 팀장인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지나쳐, 높아보이는 '김반장'이라고 불리우는 사람에게 인도되어지고.. 나는 그분의 충실한 종이 되어야만 수수료 제외한 5만원을 만질 수 있다.
하루가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시작되었던가. 내가 보냈던 하루의 시작과 끝의 패턴은 온데간데 없고, 마치 태어났을때부터 이곳에 있었던것처럼 정신없이 익숙해지며 높은 건물 끝 철근을 밟으며 반장님이 '갈비'라고 지칭하는 무거운 물체를 끊임없이 나른다. 나르고 또 날라서 다 소비하고 나면 잠시의 휴식시간이 주어지는 것도 아까운양 그때 당시엔 이름도 몰랐던. 타워크레인이라고 불리워지는 거대한 장비가 또 한무더기의 갈비 꾸러미를 홀연히 놓고 사라진다.
그렇게 오전을 보내고.. 고봉밥을 먹고 나서 또 다시 이어지는 노가다.. 1년같았던 하루를 보내고 인력사무소에 돌아가 일당을 받을때의 기쁨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중 반이상은 파스값으로 쓰여지고.. 인력사무소에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손에 힘조절이 되지 않아 브레이크를 잡다가 앞으로 꼬꾸라진다. 약값, 파스값으로 일당을 모두 쓰고 다음날 움직이지 않는 몸으로 이른 새벽 인력사무소의 문을 다시 연다.
끼익끼익~
낯익은 쇳소리를 내며 기계들은 돌아가고 구슬땀을 흘리며 사다리를 옮기는 사람들. 작업할 곳들을 찾아 다니는 반장님들. 약 20년 전을 생각하며 생각에 잠겨있던 나는 지금 나로 인해, 나에게 의지해, 나에게로 말미암아,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한명한명을 쳐다본다. 내가 그랬듯이 낯선 이 곳에서 내가, 혹은 높아보이는 현장소장 안전모를 쓰고 있는 사람이, 혹은 높아보이는 작업 팀장이, 혹은 높아보이는 작업 반장님이 내리는 명령에 맹목적으로 움직일 사람들. 그 사람 하나하나에 다 각자 인생이 있고, 삶이 있고, 아픔이 있고, 눈물이 있다. 이곳에선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지만 가끔 나도 모르게 그들을 보고 있다보면 눈시울이 붉어지곤 한다. 우리는 어떤 인연으로 삶을 돌고 돌아 이른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하나의 목표로 울고 웃는 이곳에서 만났을까?
'별아 밥먹으러 가자~!'
'아 네. 과장님~'
내이름은 권별. 나이는 38살. 아직 20대 초반에서 시간이 멈춰버렸고 지금 이 나이많은 현실은 꿈일거라는 착각속에서 사는 캐릭터.
날 부르는 분은 김거성. 무슨인연인지 몰라도 직장생활 10년 넘게 내 곁에서 훌륭한 멘토를 해주시는 어깨 넓이와 마음가짐이 초거성에 비하여도 부족함이 없는 분.
사는 모습은 제각각 이지만 우리는.. 노가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