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line
아침에 일찍 북한산에 다녀온다.
이제는 너무 익숙해 깊은 생각에 잠기며 오를 수 있는 약수터 범골. 어머니 아버지 맑고 깨끗한 물을 길어다 줄 수 있는 즐거움과 맑은공기. 그리고 나의 건강까지 챙기고 좋은 생각들이 많이 많이 들게 했던 등산은 내게 부동산으로 따지면 트리플 역세권쯤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약숫물을 길어 집 옆에 있는 기나긴 개천길을 걷다보면 길 옆으로 보이는 아파트 건물의 Sky line.. 주택에 살았던 나로써는 저런 벌집같은 아파트를 짓는다는건 정말이지 신기한 일이었다.
그 하늘과 맞닿은 라인을 따르다보면 푸르른 하늘이 있고, 밑으로 밑으로 보다보면 맑은날 창가로 걸어놓은 이불.. 그 밑으론 막연하게 창공을 향해 물을 뿌려대는 천방지축 아이. 그 아이는 그 아파트에서 꿈을 꾸고, 그 스카이라인을 보며 세상을 마음속에 새기겠지.
막연히 낭만적으로만 생각했던것 같다. 내가 꿈꾸는 노가다는 각자 나름대로의 기술을 가진 사회 각층의 전문가들이 서로를 챙겨가며 각자의 이상향을 땅에 새겨 수많은 사람에게 유아기의 잊지못할 스카이 라인을 새기는것.
스카이라인을 보며 걷고 또 걷다보면 어디선가 모르게 피아노 소리가 들리고, 맛있는 집밥 냄새가 흘러 나온다.
'엄마가 오늘은 고등어조림을 해 놓으셨구나!'
칭찬을 먹고 살던 어린 나는 물 길어온 내가 기특하다고 칭찬을 해주실 부모님의 모습을 생각하며 서둘러 '집'으로 들어간다.
'권기사~ 뭐해~ 멍하게.. 근처 모텔에 가서 눈좀 붙이고 오지 그래~'
첫경험의 쓰라림을 경험한지 채 몇시간이 되지 않아 비상 대책 회의가 소집되었고, 직원 모두가 조를 나누어 망자의 장례식장에 가서 애도를 표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말이 애도이지만 진심으로 애도를 표하는 사람은 나 하나인것처럼 보였다. 누군가는 협상금액을 줄이고자 고민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이 귀찮은 일이 생긴것에 자꾸 과거를 돌이켜 곱씹고 있었으며, 누군가는 단지 자고 싶어했다..
사람의 끝이란 참혹했다. 그 어떤 것도 준비하지 못핸채 끝을 맞이했으며, 끝이라는 것은 오랫동안 끝날것 같지 않던 인생이 마치 가위로 잘린것처럼 싹뚝! 잘리는 것이라는걸 깨닫는다.
망자의 가족들은 통곡하고 있었고, 망자는 말이 없었으며, 망자의 입에서 마지막 흘러나온 '엄마'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었다.
급하게 장례식장을 잡은듯 모텔촌 한가운데에 있었던 장례식장에서 밤에 보이는 스카이 라인은 많이 세속된 느낌이었으며, 어렸을때의 스카이라인에 빗대어 생각이 들자 나도모르게 도리질 치며 저런 건물은 짓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잘하고 있습니다. 잘하고 있는데, 이것만 주의하면 될것 같습니다, 첫째론... 또 한가지만 덧붙이자면... 마지막으로 하나만 당부하자면... 그리고 또 한가지는...'
과연 잘하고 있다고 말하는건지 지적할게 엄청 많다는 건지 잘 모르겠을 화법을 구사하는 안전 이포커차장님. 항상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칭찬으로 시작되어 지적으로 끝나는 방식으로 순수한 작업자들을 혼란의 소용돌이로 빠지게 한다. 누구보다 많이 연구하고 누구보다 많이 아는 그 모습에 과거 첫 사망사고때 본사에서 나와서 직접 안전기원제를 가장한 굿을 선보였던 안전 차장님이 생각나게 한다.
'저 사람은 사람이야 귀신이야? 저런 맨트와 행동과 몸짓과 눈빛이 어떻게 나올수가 있지?'
당시 기사때 나는 너무나도 당당한 모습으로 현대적인 사업장에서 을씨년스런 분위기의 행사를 진행하던 그 모습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순간 강렬함의 정도만 틀릴뿐이지 난 지금의 내 주변에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가끔. 아니 자주 놀라움을 많이 느끼곤 한다.
누구나 옳고 누구나 맞다. 과거엔 사람의 행태에 맞고 그름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같은 목적물을 성취하기 위한 과정에서의 행동은 맞고 그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려 노력한다. 누구나 자기 자신으로 살다 죽을 권리가 있기 때문에.. 단지 나는 나로써 어울리고 싶은 사람,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 함께 시간을 보내면 내 짧은 인생이 조금이라도 헛되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과 같이 있고 싶을 뿐...
노가다의 시계는 아침일찍 시작하여 저녁 늦게 끝이 난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계같은 모습으로 자신의 일을 하고 있지만, 그 그림같은 풍경속으로 들어가 사람들에게 말을 걸다 보면 각자의 삶과 고민과 생활과 아픔과 기분이 보인다. 노가다만큼 수많은 사람들과 몸으로 일하며 가까이 부대끼며 자신의 고민과 삶을 쉽게 들을 수 있는 직업이 있을까? 하지만 대부분 그 고민과 삶에 근접하려 하지 않는다. 마치 수많은 별들이 가득 떠있는 하늘밑에 살면서 그 하늘을 정작 단 한번도 올려다보지 않는 사람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