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사수
신입사원 입사 후 처음으로 가게 된 현장은 경기도 외곽에 위치한 택지개발지구 아파트 공사현장. 2층짜리 콘테이너와 허허 벌판의 산 밑 공간..
'이 곳에 우리가 주거하는 것과 같은 깨끗하고 매혹적인 아파트가 생기는 것일까?'
높은 휀스로 시작되는 현장의 입구. 모래먼지가 흩날리는 그 곳의 앞에는 안전과장님이 서서 차량을 계도하고 있었다. 덩치가 산만한 무척이나 인상좋으신 분.
'신입이구나? 반갑다~'
나와 입사동기인 한 친구가 같이 배정받은 현장이라 마음속 한편으론 의지가 된다. 나의 자리를 배정받고, 나의 첫 사수라고 소개받은 전기과장님에게 인사를 건낸다.
'안녕하세요~ 권별이라고 합니다. 잘부탁드립니다!'
환영하는건지 훗날을 벼르고 있는건지 모를 눈빛과 어색한 미소로 나를 보는 광기어린 눈빛. 그 것을 보고 결코 쉽지 않으리라 생각을 한다.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너는 왜!'로 시작되는 인간개조 프로젝트.
나의 하나부터 열까지를 깊숙히 관찰하며 그 모든것을 자신의 패턴으로 바꾸려는 수술작업이 시작되었다. 숙소생활을 했던 나로써는 같은 숙소를 쓰는 상황이라 그분의 곁을 1분1초도 떨어질 수 없는 상황. 근무시간과 휴식시간 모두가 나를 개조하기 위한 수술시간이었다.
그분의 이부자리를 봐드리고, 출퇴근 운전기사를 했으며, 빨래를 돌려주고, 널어주고, 아침점심저녁으로 타 나른 커피만 하루에 수십잔은 되었다. 회사 업무에 있어서는 그분의 손과 발과 눈이 되어야 했으며, 그것이 내가 처음 일을 배우는 당연한 과정이라 생각했다.
이상향을 품고 시작했던 노가다 생활은 내 이상과는 거리가 상당히 있는 것 같았으며, 그런 현실은 날 지치게 만들었다.
'권기사님~ 안힘드나~ 확 드리 박아삐라~~ 어케 그렇게 생활하노~'
갈매기라고 불리워졌던 부산에서 온 후배놈은 항상 나에게 가혹한 학대의 희생양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오히려 마음은 약삭빠르지만 몸이 게으른 사수 덕분에 난 자유로운 순간들이 많았다.
아파트 층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높은데서 볼 수 있는 풍경들이 많았고, 나중에 건물이 다 지어지고 난 후에 볼 수 없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여러가지 좋은 생각들이 많이 들었다. 건물의 안을 해부해보는 것과 같은 공사의 전반적인 과정들.. 단순히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이루어진 건물이라 생각했는데 그 안에 들어가는 무수한 배관과 전선관들.. 마감과정 하나하나가 신기하고 대단했다.
그러던 어느날 첫번째 사수인 이탐욕 차장님께서 날 부른다.
'내가 차명폰이 하나 필요한데.. 네 이름으로 하나 가입해서 줄래? 돈은 매달 현금으로 줄께~'
이유도 묻지 못하는 절대복종으로 개통 가입과 모든 절차를 내가 해서 핸드폰을 갖다준다. 사용료는 한달 두달 연체하기 시작하고 나중에 주는것도 잊는 경우도 허다했다.
세상엔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착한 사람을 등쳐먹는사람, 착한 사람에게 더 친절한 사람. 아마 우리나라에서 장려되는 국민성과 회사의 시스템은 강하고 발언권 쎄고 자기 부사수는 철저히 부려먹어 나의 역량으로 만들어 전투력을 상승시키는 것이라 생각된다. 타인을 밟고 먹히기 전에 먹고, 공치사해서 보다 더 높고 안전한 곳으로 올라가려는..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진 잘 모르겠지만 그런 원초적인 사람의 모습들이 가장 진솔하게 잘 드러나는 직업 또한 노가다다.
첫 사수와 의절하게 된 계기는 내 첫회사 퇴직즈음. 그래도 수년동안 뒷바라지 하며 미운정이 쌓였다 생각했던 마음에 장모님의 부고 소식을 전했고, 꼭 와주리리 생각했던 이탐욕 차장님이 아무 연락도 없이 오지 않았을때 난 생각했다.
'이제서야 비로소.. 끝이구나.'
'별이형~~ 빵 꾸어줘~ 별이형~ 꿀 갖다줘~'
자꾸 형형 거리며 나에게 자꾸 요구만 하는 배소금대리. 정말 신기한것은 빵을 구워서 갖다줘도. 사탕과 꿀과 갖은 간식거리를 싸오는 족족 다 먹어치우지만 정작 자신이 주려는 생각은 단 1프로도 하지 않는다. 100번 얻어먹고 1번 주는것에 생색내는 케릭터. 그렇게 모은 돈으로 일년에 몇번씩이나 해외여행을 다니고, 즐기며 산다.
'그래.. 사람이 사는 방식엔 여러가지가 있는거니까.. 나도 옳고 너도 옳겠지..'
그런데 신기한건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에게는 신기할 정도로 잘한다. 같은팀 팀장이라던지 소장님에게는 절대복종을 맹새한다. 그런류의 캐릭터가 한둘은 아니다. 그들이 대세라고 할만큼 공치사와 처세. 높은분이 보는 모습이랑 동료나 후배들이 보는 모습이 정 반대인 캐릭터가 너무 많다.
'으하하하. 으하하. 우리 강아지 노는거 봐라. 너무 귀엽지?'
한미팽과장님의 기분은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왔다갔다 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보신탕집을 해왔고 자기 자식들에게도 3살 4살때 보신탕을 소고기라고 속이며 먹이곤 했었다고 말하는 분이 강아지를 키우며 무척 사랑한다고 연신 하는 말에 난 아이러니를 느낀다. 사람의 다중성은 아직도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수수께끼이다.
'하나줘. 나도 하나줄께. 행여 내가 하나를 줬는데 네가 하나를 주지 않는다면 너는 잘못하는거야!'
이런식의 논리. 무척이나 단순한 노가다에 팽배해 있는 논리이다. 어쩌면 타성에 의해 길들여진 논리. 하지만 난 고집스럽게도 노가다를 하면서도 내가 주는것과 받는것을 비교해본적이 없다. 팽배해 있는 대중적인 논리와 정 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나. 이런 나도 노가다라면 자질부족인걸까? 남들이 가지 않는 찬란하고 새로운 길을 가는 걸까?
이런 나를 돌이켜 생각해보며 한가지 분명한건 확실히 첫 사수는 날 길들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