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가진 사람

by Far away from

옛날 어느 마을에 원님이 가장 많이 가진 사람에겐 금송아지를 준다는 공고를 냈다.


전국 방방 곡곡에서 가장 많이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풍요로움을 뽐내려 모여들기 시작했다. 수십개의 가마에 가득 돈을 가져온 사람도 있었고, 수십필의 말과 소를 끌고온 사람도 있었다.


이내 원님은 참가자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묻기 시작했다. 먼저 돈을 많이 가졌다고 온 사람에게 물었다.


'자네는 돈을 그리도 많이 가졌는데 어찌하여 황금 송아지가 욕심나서 참가 하게 되었는가?'


얼굴 가득 욕심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사람이 대답했다.


'끼끼끼.. 돈욕심에 어디 한계가 있나요. 곳간에 돈이 가득찬데서 조금 모자람이 있기에 이렇게 참가하게 되었습죠. 돈이 저보다 많은 사람은 전국 어디에도 없을것이니 저 황금송아지를 부디 저를 주시기 바랍니다요. 끼끼..'


원님은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다음 사람에게 물었다. 수십필의 소와 말을 가져온 사람이었다.


'자네는 말과 소를 많이 가졌다 생각하는가?'


마른체구에 험상궂게 생긴 사나이가 대답했다.


'그러므닙죠. 저보다 말과 소를 더 많이 가진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것입니다요. 저 황금송아지는 제것입니다요.'


원님은 이번에도 무덤덤한 표정으로 다음 사람에게 물었다. 그 참가자는 허름한 옷차림에 어린 자식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자네는 그리 가진것이 많아 보이지 않는데, 어찌하여 이 곳에 나오게 되었는가?'


허름한 차림의 남자는 화색이 가득한 표정으로 이야기 했다.


'저는 세상에서 가장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라고 자부합니다요. 100리 넘는 길을 걸어오면서 들판에 수많은 꽃과 나비가 저와 아들이 가는 길을 향기롭게 해주었으며, 실컷 뛰어논 후 헐떡거리는 숨으로 들판에 누워 하늘을 보니 푸른 하늘이 우리 가슴속에 가득 들어왔습죠. 그리고 주린 배를 채울 수 있는 마른 곡식을 봇짐에 가득 매고 와 이 어린 아이와 함께 웃으며 먹으면서 모자람없이 이 곳에 당도했으니 얼마나 풍요롭습니까요? 저는 이 아이와의 나날이 행복으로 가득 차 있으니 너무 많이 가졌단 마음에 가슴이 터져버릴것 같습니다요~'


원님의 얼굴이 환하게 피며 웃으며 이야기했다.


'이것이로군 이것이야. 하하하. 바로 이것이야!!'


사람들은 의아하단 표정으로 원님을 쳐다보았다.


'아니, 저런 거렁뱅이가 하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듣고 지금 그럴싸하다 말하고 계신겁니까요??'


심술보 가득한 돈부자가 이야기 했다. 그 말을 듣고 다른 참가자들 또한 웅성웅성대며 원님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원님은 이내 웃음기를 거두고 이야기했다.


'자네는 그 많은 돈을 가지고 무엇을 할 요량인가?'


원님이 돈 많은 사내를 보며 물었다.


'그야,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것이니.. 일단 모으는 것이지요.. 더 많아지면 더 기분이 좋으니..'


'자네는 그 많은 말과 소의 습성이나 각각의 취향이나 버릇을 다 기억하는가?'


원님이 말과 소가 많은 자에게 물었다.


'아니, 이 많은 말과 소의 특성이나 습성을 어떻게 다 기억한단 말입니까요?'


원님은 둘의 말을 듣고 손바닥으로 바닥을 탁 내려치며 말했다.


'무릇 많이 가진다고 하는것은 그것을 온전히 다 공유하고 함께 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그치만 그 많은 돈을 가진 자네는 그 재물이 가질 수 있는 온전한 의미를 상실한채 모으는데만 급급하여 그 가치를 잃은 수집욕구만을 채우고 있으며, 말과 소를 많이 가진 자네는 수많은 가축을 키우느라 각 생명의 특성이나 가치를 져버린채 오로지 그 수를 늘리는데만 급급하고 있지 않았는가? 물론 자네들이 가진 돈과 재화로 여러사람이 분배할 수 있는 상업적인 장사치가 되어 그 가치를 오롯이 쓸 수 있다면 가치가 있겠지만, 그대들의 지금의 상황은 가치를 잃은 채 맹목적으로 그릇된 욕구를 채우는 것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그 말을 듣자 재화가 많은자와 말과 소가 많은자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지 못했다.


'하지만 저 자는 하나의 아들을 가졌지만, 둘이 함께함에 그 어떤것도 부족함이 없어보이고 그들이 가진 것을 온전히 사용하여 둘의 행복을 위한 도구로 쓰고 있다. 사람이 태어남에 있어 돈이나 재화는 행복하게 살기 위한 도구에 불구하거늘.. 그 본질에 맞는 삶을 살고 있는 저 자에게 나는 금송아지를 내릴 것이야.'


가난뱅이 아빠와 아들은 뛸듯이 기뻐했다. 하지만 이내 근심스러운 얼굴로 원님에게 제청했다.


'원님의 높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금송아지를 받기 위해 온것이 아니라 이 곳까지 오는 여행길이 단지 즐거웠을 따름입니다. 저 큰 금송아지를 고향으로 들고 갈수도 없으니 저 금송아지는 더 좋은 일에 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라고 말하고는 아들과 함께 잡기놀이를 하며 뛰어가는 것이 아닌가?


원님은 어이없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허허허허. 허허허허허.'


큰 웃음이 메아리쳐 울리며 그림같은 저녁노을이 지고.. 아빠와 아들은 근심없이 웃으며 고향을 향해 바쁘지 않은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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