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의 여름휴가

by Far away from

호기롭게 시작했던 여름휴가가 저물어 가고 있다.

투철한 실험정신으로 휴가 내내 국립 휴양림의 캠핑장을 전전하려던 생각은 무리한 일정으로 인한 와이프와 나의 건강이상으로 접게 되고, 이틀간의 휴식기간 이후 돌발 부산여행으로 대장정을 끝내려 하고 있다.


중부지방의 장마전선은 끈질기게 내 휴가의 발목을 잡았지만 부산으로의 돌발 여행은 예상하지 못한듯 이틀간의 달콤한 맑은 날씨가 내 마음까지 맑게 정화시킨듯 평온한 상태로 별과의 소통을 가능케 한다.


아이들과의 하루하루는 전쟁과도 같은 일상이지만 잠시도 긴장을 놓지 않는 덕에 큰 사고 없이 하루 하루가 지나고 있다.(민재의 박치기 덕분에 검붉은 피가 코에서 한무대기 흐르긴 했지만.. 코뼈가 부러지지 않은건 정말 하늘의 축복..)


해운대에서의 이틀간의 휴가는 휴가를 마무리하는 단계로써는 최고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 지난 3월 민재와 둘이서 왔던 부산의 기억이 바래지기 전에 하늘색 여름과 푸른색 바다로 옷을 갈아입은 추억 덕분에 민재의 마음속에 부산의 기억이 더 각별할 듯 하다. 그리고 나 또한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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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의 여름휴가. 39만큼 절박하지는 않지만 뭔가 쓸쓸함과 허무함이 가득찬 시간. 여름의 강렬한 햇살은 내게 한겨울의 된서리보다도 더 서늘함을 느끼게 한다. 지나가는 어린 대딩 고딩들.. 서로간의 눈마춤만으로도 설렘과 수줍음을 느낄 수 있는 시기. 하루의 시작이 설레였을.. 수영복을 입고 바다로 뛰어드는 순간이 찬란했을.. 어린 가능성의 나이..


나 또한 그랬었지.. 라는 과거 어렴풋이 읽었던 책의 인상깊은 글귀라도 생각하는듯 아련하게 되짚는 내 어린시절의 기억. 하지만 용기가 없어 그 모든 가능성들을 고이고이 포장해 내 안에 케케묵은 먼지가 쌓인채 화석이 되어버린 것들.. 그시절의 나와, 지금의 이 아이들을 보니 쓴웃음이 피식 나온다.


젊음이 보고싶어 정신없이 시선을 돌리다가도. 다시 돌아가서 볼래? 라는 내 자신의 물음에.. '아니.. 볼만큼 봤어. 더 봐도 특별한 건 없을것 같은 확신이 들어.' 라고 대답하고 호텔의 커텐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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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최고 맛집이라는 소문난 암소갈비에서 1시간 웨이팅 후 고기는 다 아이들 입속에. 덜익은 뼈를 뜯다가 배가 아파 그나마도 다 흘려보내고 만다.


38의 여름휴가. 날 위한 것인지. 아이를 위한 것인지. 또 날 위한 것이 무엇인지 아이를 위하는게 과연 아이를 위하는건지.. 도무지 아무것도 모르겠는 생각의 쳇바퀴를 또 뱅글뱅글 돌면서 시간은 흘러간다. 무슨 생각을 하려다보면 현재의 모든것에 대한 감사함과(부모님의 건강, 아이와 나의 건강, 현재의 시간과 재화등 모든것들..) 또 그 모든 것에 대한 불만족과(주기적으로 일어나는 나쁜것들에 대한 원망, 현재의 시간 재화 등 모든 것들..) 그런 모순되는 모든 상황들에 대한 허망함등이 짬뽕처럼 어우러져 읽던 책을 덮고 엎드려 눈을 감듯이 이내 모든 신진대사를 포기하고 마는 것이다.


아마 내일 또 일어나서는 아이에게 화를 내다가 미안하고 감사해 하다가, 또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를 반복하겠지.. 다치고 치료하고 또 다칠걸 알면서 다칠 행동을 하고.. 어쩔수 없는 사람인걸까? 나 자신이 철부지 인걸까?볼거 없다는 걸 또 되뇌였으면서도.. 해운대 밤거리를 배회하고 싶다.. 이내 내가 청춘이 된것처럼 그들과 어우러져 웃고 마시고 나 자신에 대해 '강요'하고 싶다.


'나 이런사람이야! 좋아하고 따를래?? 아님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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