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27 무주반딧불축제_with 신비탐험
8월의 마지막 일요일.
내게 주어진 현안들이 많은 주말이지만, 오래전에 설레는 마음으로 예약했던 무주 반딧불 축제 행사장으로 망설임없이 떠난다.
하늘은 맑고, 구름은 높다. 전형적인 가을날씨가 되어버린 탓에 여름의 기분과 가을의 기분이 공존하는. 마치 신화상의 어울리지 않는 상반된 신들이 공존하는 잠깐의 시기인듯한 어색하면서도 신비로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
반딧불 행사장 근처의 임시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코끼리 열차를 타고 행사장으로 향한다. 약간은 조잡한 듯 만들어놓은 수상자전거는 새로운 추억을 남기게 하고, 민재는 내 무릎에, 민서는 남둘이 무릎에 태워 타는 자전거도 훗날 애들이 크고 나서는 따로 타야 하겠지. 힘들고 지치지만 넷이 온전히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 지금 이 시기의 소중함을 아낌없이 누리고 싶은 마음에 옷이 흠뻑 젖어라 패달을 밟아본다.
반딧불이에 관한 박물관과 전시장. 그 곳에는 현재 볼 수 있는 늦반딧불이의 유충과 성충이 전시되어있었다. 반딧불이는 유충시절에 달팽이나 다슬기, 소라 등을 먹으며 성장한다. 그리고 탈피를 거쳐 성충이 되며, 성충이 되고 나서는 짝짓기를 하고 약2주정도를 살고 생을 마친다. 반딧불이가 활동하는 시간은 해가 지고나서 약 30분여 있다가부터 그 이후로 30분정도.. 불빛을 내는것은 에너지 소모가 많기 때문에 성충이 되고는 이슬만 먹고 산다는 반딧불이에게 빛을 내는 작업은 얼마나 힘든 일일까 생각해 보았다.
또한 사람들에게 신비로운 느낌으로 기억되고 있는 팅커벨같은 반딧불이가 유충 시절에 달팽이를 사냥하는 모습을 보고는 세상 모든 존재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구나..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축제장에는 먹을것과 볼것, 놀것이 가득했다. 그리고 여름과 가을이 가득했고, 푸른 하늘이 벅찬 색감으로 무거운 감동으로 날 짓눌렀다. 예약해놓은 신비탐사가 저녁일정이라서 집에서 출발을 늦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무척이나 긴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오늘 하루가 마치 2박3일 휴가 온 것 같은 것처럼 길게 느껴진다'
라고 가족끼리 얘기하고는 함박웃음을 지어본다.
영원할것 같았던 나른한 오후 햇살도 점차 저물어가고.. 우리는 예약해놓은 신비탐사 차량위치로 향한다. 인터넷 예약으로 한 우리는 15호차에 탑승한다. 현장 예매도 가능한듯 고속버스의 일부 차량에는 현장예매차량이라는 안내판도 붙어있었다.
차량에 올라타고, 무주군청에 근무한다는 여직원의 안내가 이어진다.
'우리가 오늘 방문할 마을은 여기서부터 약 30~40분 정도 떨어져있는 도소마을이란 곳입니다. 거리가 약간 있지만, 반딧불이 한두마리 보는 것보다 많이 보는게 낫을것 같아서 회의를 거쳐서 이 곳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도소마을.. 이름에서부터 예감이 좋다. 어차피 박물관에서 반딧불이 유충과 성충이 빛을 내는 것을 봤기 때문에 보지 못하더라도 아쉬워 하지 말자고 가족들을 위로 한 후 왔던 터라 발걸임이 가볍다.
버스에서 내리자 칠흑같은 어둠이 짙게 깔려있다. 버스 거의 25대 정도가 40명 이상씩을 태우고 왔기 때문에 무척 많은 사람들의 인파에 치이고 밀리고.. 우리 가족은 서로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손을 잡고 민서는 내가 안고 걷기 시작한다. 두렵고도 설레이는 어둠속 여정.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의 밝은 것이 더 밝게 보이고 별들도 더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8시쯤 되었을까.. 사람들의 환호성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반딧불이다~~'
'여기도 있다~~~ '
우리도 사람들의 환호성에 부합하듯이 새로 발견한 반딧불이에게 손을 내밀며 환호성을 질러본다. 민서가 무서워하면 어떻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민서도 날라다니는 반딧불이가 신기한듯 고사리손을 내밀며 작은 음성으로 소리를 친다.
'잠자리야~ 이리와~~'
민서는 반딧불이를 잠자리라고 말했다. 너무 귀여웠다.
시간이 점차 지나자 이제는 하늘엔 별빛, 땅에는 반딧불이의 빛이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듯 펼쳐졌고, 한두마리에는 감흥도 없는듯 사람들은 그 빛의 향연에 흠뻑 빠졌다.
이것이 무엇이라고.. 짙은 새벽에도 환한 빛에 익숙해진 우리가. 초저녁 이 작은 빛에 환호하고 감동을 받는 것일까? 그 곳에서는 나이든 엄마 아빠도 아이처럼.. 아이들도 아이처럼 서로 빛을 향해 뛰어다니기 바빴다. 설레이는 음성으로 반딧불이와 별의 생태에 대해 어플을 뒤지시며 아이에게 설명해주시는 중년의 아저씨의 지식이 부족해도.. 서툰 지식으로 행여 설명해주는 내용이 틀린다 할지라도.. 모두 함께 행복했다.
주최측의 착오로 돌아가는 버스 일정에 착오가 생겨서 약 100여명 정도가 도소마을에 약 30분동안 대기해야 했다. 덕분에 그 곳 마을 이장님이 운영하신다는 임시 포장마차에서 잔치국수를 말아먹었다. 그 육수와 김치맛은 멋진 풍경과 더불어 잊지 못할 기억의 한획을 더 남겼다.
돌아오는 버스안. 그리고 11시가 다 된 시간에 집으로 출발하는 힘든 일정이었지만. 지치고 피곤해서 나중엔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소중한 추억을 우리 가족의 가슴속에 깊이 새기고, 무사히 돌아왔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고 행복했다.
하늘의 별과 반딧불 별의 향연. 최고의 날 중 하나로 기억될 그 날을 보내고 우리는 분명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