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 away from

by Far away from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일탈의 끝

당분간 만나보지 못할 왕십리행 열차


햇살에 복잡한 전기줄 그림자를 드리우는 거리를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지나다니는 사람들

당장 서로에게 그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익숙한 일이며 쿨하게 지나쳐버릴 것 같은.. 단단해 보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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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이 귀를 막고

스마트폰이 눈을 가리고

무관심이 입을 닫게하는

21세기 우리의 일상.


은하철도 999에서 기계인간이 활보하는 미래로 묘사된 시기는

불과 2021년.

아직 4년이 남았지만.

우리는 이미 반쯤은 기계화된건 아닐까?


긴 일탈의 끝.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이 일탈에서 얻고자 했던 에너지를

과연 다 얻어가는 것인지.

훈련소 총기정비 시간에 다 정비를 끝내지 못해 온몸의 말초신경이 곤두선 채 허둥지둥 어찌할 바를 모르던 그 때처럼..

초등학교 미술시간 난 반도 완성하지 못했는데 아이들은 대부분 작품을 완성하고 줄지어 제출할때 느꼈던 기분나쁜 오르가즘처럼..

난 그렇게 또 내 안에서 끈적해져간다.


덜컹거리는 지하철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사람들

어젯밤 취기와 다 말리지 못한 머리에서 나는 향이 어우러져 독특한 출근길 지하철의 향이 완성되고

자거나, 화장하거나, 어제 보지못한 예능프로를 보거나, 정신없이 오늘 있을 시험을 준비하거나..

대부분 익숙한 과거 속 나의 모습.


나는 이 공간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얻고, 잃었던가?

또 얼마나 많은 방황과, 고민을 하고, 고통을 느끼고.. 울고 웃고 좌절하고 행복해했던가?


은하철도999의 열차는

멈추는 역마다 각각의 희로애락과 더불어 목숨을 잃을만한 에피소드들이 연속된다.


우리의 삶도.

우리가 타는 지하철도 어쩌면 평생을 그렇게

그런일들이 연속되는

999호 열차일지도 모른다.


Far away from

영원히 멈추지 않을

너와 나.

우리의 연속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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