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여전히 가로수 밑을 지난다

2004.10.13cy

by Far away from

그래..

난 지금 가로수 밑을 지나고 있다


때로는 온몸이 찢어지는듯한 고통을 경험했고

때로는 정신이 아득해지듯 허물어졌지만..

난 여전히 낙엽이 떨어지는 가로수 밑을 지나고 있다.


꿈인듯 아득해지는 정신은 기차를 타고

기억속을 더듬어 덜컹거린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

많은 시간을 더듬어 올라가던 기차는..

떨어지는 낙엽 하나에 현재의 시간속으로 추락한다.


그 열차는 온데 간데 없고

또 가로수 밑의 나만이 있다.


그래..

모든 일은 이길에서 시작되었다..


시련도 아픔도 사랑도 행복도...

모두 이길에서 시작되었다.

이길에서 시작된 고통은 고통의 줄기를 낳아

내게 고통스러워하는 법을 깨닫게 해주었고..

이길에서 시작된 사랑은 내게 고독을 깨닫게 해주어

사랑하며 사는 법을 깨닫게 해주었다..


어쩌면..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동공을 확장시키고 주위의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매력없는 인간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거만한 시선을 받으며 올라간 단상에서

고맙게도 말을 더듬어 그 사람들에게 우스갯거리가 되는

끔찍한 상황을 겪고 있는 난처한 사람처럼..


나의 자존심은 뭉개지고 짓밟혀지고 좌절감에 눈물을 흘리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나에게 있어 최악의 나는..

굶주리고 아프고 힘든 내가 아니라..

멸시당하고 무시당하고 나 자신이 한정지어지는것..


그래...

아직은 배가 부르다..

배가 불러서 이런 생각 하는걸지도 모른다..

배불리 점심을 먹고..

가을햇살 따뜻한 가로수 밑을 지난다.


그래도 웃을수 있는건

난 여전히 가로수 밑을 지나고..

넌 여전히 내 생각안에 파스텔 풍으로 잠들어있고..

또 다른 넌 내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위치에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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