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그것도 가을 저녁 무렵에.
노을을 바라본다.
그 어떤 한순간도
나란 이름의 절박함으로
계절의 끝인 겨울보다 더 끝 같은 가을에.
하루의 끝인 밤보다 더 끝 같은 노을 지는 이 시간을
초조한 마음으로 바라보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
이유 있는 날의 어느 한낮에
아무 이유도 없이 비스듬히 햇살을 가로지르는 내 눈 자락에
고요히 눈물이 흐르는 것은
삶의 공허가 너무 크기 때문이고
그 공허함을 표현할 그 어느 방법도 찾지 못한 채
시간은 바삐 흘러가기 때문이다.
오늘도
바빠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채
바쁜 하루이지만
의미 있는 것을 찾지 못한 채
의미부여를 하는 내 말과 행동의 모든 자취들이 피곤에 지친 듯
노을빛 하늘로 빨려 들어가 잠든 듯 고요하다.
눈부신 가을 풍경이
절정을 향해 치달아 가면 낙엽이 소복이 쌓이고
단풍이 울긋불긋 물든 것이 가을인지..
낙엽이 소복이 쌓인 것이 가을인지..
내 인생의 절정을 판가름하는 것처럼 애매한 기분이지만
계절은 또 확실하지 않은 그 모든 것들을 짓뭉개 버린 채.
다음으로 흘러간다.
계속 쌓여갔을 다음이여..
생과 사를 초월한 채 지나갔을 그 모든 시간이여..
사방이 죽음이고 사방이 생이지만..
그 모든 절박함과 찬란함 등을 모두 담은 듯.
붉은 가을 노을이여..
아직 못다 한 것이 많이 남아있는..
내 삶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