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오징어들은 내게 말했지
이미 잡혔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여생을 즐기라고
그래
나도 알아
곧 나의 여생이 끝날 거라는 거
하지만 끝이 보인다고 해서
편안함만을 추구하고 살 순 없잖아
오히려 광활한 바다에서 일상을 사느라 해보지 못한 것들을 해볼 수 있는
값진 시간이잖아.
끝을 안다는 것은 그때부터의 과정을 더 값지게 해주는 거잖아.
내 말이 맞지?
그래서 난 해보기로 했어.
해보지 않았던 시도들을
누군가 나를 잡으려 하면 그의 가장 치명적인 부위를 노려 먹물도 쏴볼 거구
수족관에서 점프해서 비 오는 길가로의 방생을 시도해 보기도 할 거야.
삶을 위한 몸부림 아니냐고?
아니야.. 그래 봐야 살 수 없다는 걸 잘 아는걸.
여생을 좀 더 값지고 의미 있게 할 수 있는 작은 시도들이라도 하겠다는 얘기야.
생각해보면 영원히 자유로울 것 같았던 바닷속 삶도 그리 흥미롭진 않았어
끊임없는 위협들과 하루하루의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바쁘고 지치는 삶이었지
죽음의 문턱에서 삶이 더 간절해지는 건
마치 어둠 속에서 별을 보는 것과 같다고 봐
영원할 것 같던 낮이 어느새 저물고..
거짓 같은 어둠이 깔리면..
원래 하늘에 있던 별들이 하나둘씩 보이듯이
나의 시야를 간섭했던 낮의 수많은 빛과 사물의 형상들이 사라지고
어둠 속에 아득히 별이 눈에 들어오는 것..
삶에 행복이 아무리 많이 있더라도 우리는
그것들에 진심으로. 오래도록 감사하진 못할 거야.
그렇기 때문에 삶과 죽음이 있는 거겠지..
내버려둬.
나 그 어떤 것들이라도 할 거야.
나답지 않다 해도 좋아. 비난해도 좋고 조롱해도 좋아.
어차피 내가 죽게 되면 난 무기력하게 늘어진 채 날 가진이의 그 어떤 처분도 감수해야겠지.
그러니 날 그냥 내버려둬.
지금은 내가 값지게 살 수 있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