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분신

아들과의 목욕탕

벌거벗은 너와 나의 마음

by Far away from

민재는 목욕탕 가는걸 무척 좋아한다. 한때는 집에서 첨벙첨벙(욕조 전신욕을 뜻하는 유아 용어)을 하는 것을 즐겨했는데, 이제 그것이 시시해졌는지 좀 더 넓은 목욕탕 가는 것을 좋아한다.


이번 주에도 목욕탕을 갔는데, 천성이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아이는 정해진 규칙대로 목욕을 하다가 아이들이 하나 둘 욕탕에서 점프해서 입수하는 것을 보다가 조심스레 도전하기 시작한다. 물론 목욕탕에서 수영을 하거나 물을 튀기는 행동을 하는 것은 목욕탕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이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른 아빠들 모두 관찰은 하되 제재는 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그러던 중 초등학생 형아가 들어가 있는 욕탕에 점프를 하다가 형아 등에 물이 조금 튀게 된다. 무척 공격적인 성향의 아이인 듯, 누가 물을 튀겼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소리를 지르고 때리듯 물을 되뿌린다.


당연히 울며 나에게 올 줄 알았는데, 눈에 들어간 물을 비비벼 상기된 얼굴과 충혈된 눈으로 날 찾아 쳐다보고는 머쓱한 듯 웃음 지으며 손을 흔든다.


화가 나기도 하고.. 울컥하기도 한 복합적인 감정이 들어 민재를 불러 한참을 꼭 껴안아 준다.


'민재야. 다른 사람에게 물이 튀기면 기분 나쁠 수 있어. 조심하자 민재야?'


착한 강아지처럼 순하게 대답한다.


'응.'


전과 다르게 이렇게 반응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마찰과 갈등이 있었을까? 가다듬어지지 않은 아이들과의 세상은 우리 집이라는 울타리와는 너무나 다를 것이다.


이 일을 빌어서 나도 과거를 가만히 돌아보았다. 수컷들의 세상. 항상 서열이 정리돼야 하고,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 성인이 되고 나서는 그 논리가 좀 더 지능적이고 고차원적으로 변모하게 되지만, 20세 전까지의 남자들의 세상은 지극히 1차원 적이다.


'강해져야지. 강해져야지. 우리 민재 잘하고 있구나. 형아가 험상궂게 행동해도 내가 꼭 안아주면 금방 괜찮아지는구나.'


목욕탕에서의 아들과의 시간은 벌거벗어있다. 벌거벗은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아들이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 볼 수 있다.


7살의 민재는 아직 작고 어리지만, 아빠에게 수영을 가르쳐주고자 몇 바가지의 물을 먹는 것도 감내할 만큼 자랐고, 수면실에 잠시 누워있는 아빠를 놔두고 혼자 탕에 들어갈 만큼 성숙했느며, 형아의 모진 행동에도 상처받지 않을 만큼 강해졌다.


'사랑해 민재야. 너와의 시간은 언제나 특별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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