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분신

기차여행 2-4

널 향해 극단적인 나의 생각

by Far away from

'민재야 저녁 뭐 먹을래? 점심에 한식 먹었으니까 저녁엔 다른거 먹어볼까? 햄버거 먹을래? 양식먹을래? 아님.. 전에 먹었던 복집 가서 복지리 먹을래?'


'음.. 복지리!'


역시 내 아들이구나. 한식이 제일 속이 편하고 국에 말아 먹는 식사를 진짜 식사라 생각하는 우리 아들. 전에 가족여행을 할때 갔던 해운대 시장 옆 금수복국으로 향한다. 가는길은 젊은이들로 가득했고, 외국인들도 많이 보였다.


바다와 젊음. 그리고 한국 특유의 시장문화와 호객행위가 어우러져 독특한 한국만의 해운대 느낌이 생긴것 같다. 아들과 함께 가는 길은 여러가지 호객행위에도 담대했고, 손잡고 걷는 길은 든든했다.


해운대 시장을 지나 걷는 길에 작년에 민재와 갔던 비빔밥 집을 찾아본다. 잘 기억나진 않지만 마산아지매 식당이라고 적혀있는 식당인듯 하다. 그 간판에 비빔밥 그림을 보고 민재가 들어가자고 했던 기억이 있다. 그 시끌벅쩍하던 아지매들은 분주하게 생선을 구워대고 있었다.


그 곳을 지나 맛집으로 유명한 분식 상국이네 분식을 지난다.


'민재야 여기가 엄청 맛집이래. 우리 밥 적당히 먹고 이따 들어갈때 떡볶이 사가지고 들어가서 호텔에서 먹을까?'


'응~ 그래그래.'


금수복국에 들어가서 회덮밥 복지리 세트를 시킨다. 어김없이 핸드폰을 쥐어주고 복지리에 밥을 말아 연신 떠먹인다. 복어살을 발라 숟가락에 얹어 먹이면서 눈으로 쓰다듬으며 주문처럼 속삭인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쑥쑥 자라라..'


요즘들어 새학기라 그런지 다시금 눈을 조금씩 깜빡이기 시작하는 민재를 보며 마음이 간절해진다.

20180331_194900.jpg

사람이란 참 간사하지? 걱정을 적게 끼치고 뭐든 꿋꿋히 잘해 나가면 신경을 덜 쓰게 되고, 아프거나 신경쓰일 일이 생기면 연신 걱정하고 몰입하게 된다. 아이는 무엇을 바랄까? 난 어렸을때 무엇을 바랬을까?


몸이 아픈 아이는 그걸로 인해 부모의 신경을 쓰이게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것 외에 다른것으로 신경 쓰게 하는걸 두려워 한다. 내가 그랬듯이..


그런 생각에 자식이 몸이 아파보이는 상황을 경계하고 두려워 한다. 그런 생각으로 혼자 감당하려 하는 부분이 많아 질까봐. 나처럼 스스로가 만든 고독에 혼자 갇혀 버릴까봐.


가볍게 밥을 먹으려 했으나 민재를 떠먹이다 보니 어느새 배불리 먹이게 되고, 걸어서 가는 길에 다음날 엄마와 민서에게 줄 선물들을 챙기려는 생각에 의기투합하여 먼저 빵집을 들른다. 옵스 해운대점에서 슈크림빵과 민재가 급 땡겨한 딸기조각케익을 사고, 식당 가는길에 봐 놓았던 해운대 시장 초입의 악세사리 샵을 찾는다.

20180331_194045.jpg

그 곳에서 민서와 와이프의 선물을 아들과 고르는 재미에 빠진다.


'이제 이런 재미도 느낄 수 있구나~!'


민재는 나보다 더 섬세한것 같다. 엄마가 무슨 색깔을 좋아하는지, 귀가 뚫려있는지 막혀있는지, 최근에 귀걸이를 하는지 안하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민서의 좋아할 만한 것들에 대해 잘 알고 나보다 더 신중하게 선물을 고른다.


와이프 귀걸이와 민서 팔찌, 민재 팔찌와 휴대폰 급속 충전기 케이블을 산다. 마지막으로 편의점에 들러서 간식거리를 사서 호텔로 들어간다.


이것저것 먹고 정리하다 보니 9시.. 민재 눈이 반쯤 풀린 것을 보고 얘기한다.


'민재야 이제 잘까?'


어지간히 피곤했는지 쉽게 응한다.


'그래~'


티비를 켜고 자기로 했지만 눈 건강을 위해서 끄고 자기로 한다. 조명은 살짝 켜놓고 자길 원하기에 살짝 켜고 잠자리에 든다.


잠자리에 들기 전 오션뷰 호텔의 창문을 통해 바닷가를 내려다 본다. 토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불야성을 이루며 바닷가와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


그 활기찬 걸음걸이와 웃음. 들뜬 마음이 멀리서도 느껴진다.


그들은 누구와. 무엇을 하고. 어떤 마음으로. 늦은 밤. 그 시간의 의미를 찾고 있는 것일까?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잠이 들랑 말랑 나의 손과 팔을 찾아대곤 하는 민재를 바라본다.


그리고 해운대 번화가의 그들에게 나즈막히 속삭인다.

20180331_175800.jpg

'너희들의 시간이 어떤 의미인지 잘 짐작은 가지 않지만 그에 상관없이 난 지금 이 곳에서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무의식 속에서도 날 간절히 찾을 나의 아들 민재와 보내는 이 시간이 내가 보낼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시간이라는 확신이 든다.

어떤 생각을 할때 우유부단함이 많았고, 극단적이지 못했던 내 생각이 그리 극단적일 수 있는 건 민재. 너이기 때문이겠지. 사랑해 내아들~ 함께 좋은 꿈꾸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기차여행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