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_10

과거 나와의 인터뷰

by Far away from

용인 현장에서 아파트 건설현장 2블럭 전기담당자로써 가장 기억에 남는일은 무엇인가요?


- 아침에 출근할때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곤 했어요. 그때 들려오는 여름의 매미소리가 좋았고, 아침저녁의 쌀쌀하고 기분좋은 공기가 좋았어요. 비슷한 또래들끼리 작업이 없는 높은 옥상에서 그들이 가진 근본적인 고민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게 좋았고, 각기 다른 사람들이 가진 고통과 기쁨을 함께 공유하던 것도 많이 생각이 나요.


그럼 화성현장에 처음 발령받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음.. 무척 견디는 시간들이었던 것 같지만 좋았던 것을 생각해 보라면 고통스런 하루를 보내고 숙소에 들어가서 갈매기라는 별명의 후배와 아무 생각없이 '패밀리가 떴다'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던거? 정말 크게 웃고 재미있게 TV시청을 했던 기억이 나요~ 막바지쯤에 하자를 볼때 근처 수원대에서 심장이 터져라 달리곤 했던것도 기억에 나요..


전부 회사에서의 성취와는 관계 없는 것들이네요.. 하루 중 많은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고 계시지 않나요? 회사 생활에서의 성취감은 기억나지 않으신가요?


- ..



애써 기억해야 하는것과 저절로 기억 나는 것. 저절로 기억 나는 것이 반드시 좋은것일수는 없겠지만 내게 저절로 기억나는 기분 좋은 것들 중 회사에서의 성취사례는 많이 없는 것 같다. 성취를 많이 하지 못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오히려 성취를 많이 하는 것을 경계했던 나로써는 그것이 부끄러운 기억은 아니다.


어떤 분야에서의 성취는 그것에 대해 계속 갈증을 느끼게 할 것이다. 불에 대한 갈증으로 불속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갈증은 내 삶의 가치관이나 밸런스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본능적인 경계심이 있었다.


하루 12시간 이상을 보냈던 회사생활보다.. 길어봐야 1시간 남짓이었을 출퇴근길의 기분좋음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삶의 주와 객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처음 노가다를 선택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 돈을 벌어야 한다면 꽉 막힌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돈을 벌고 싶었고, 자연과 사람에 보다 가까운 곳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난 내가 꽉 막힌 사무실에서 지속적으로 PT나 회의따위를 하며 자료작성에 치이고 주변 사람 눈치보며 성과에 급급하며 살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이성적 선택을 하였지만 그 안에서의 시행착오는 물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정확히 해보고 결정한 일도 아니고, 그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절대 예측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삶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수많은 처음 하는 일들. 처음 만나는 사람들. 기대감도 있지만 두려움도 많은 것들. 그것들을 해 나가며 살아가는 우리는 얼마나 대단한 것일까?


그런 대단한 삶을 사는 가운데 본능처럼 꿈꾸게 되는 것들. 과거의 기억들을 회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게 되는 것들.. 나의 삶을 조각맞춤 해보면 흐릿하게나마 맞춰져서 보이는 그림의 실루엣..


거짓없는 자연을 좋아하고..

거짓없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그것..


나의 노년이 혹시 지금보다 자유로운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진다면


주저말고 선택해야 하는 바로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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