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분신

기차여행3-1

시간의 흐름

by Far away from

어느덧 민재와의 부산여행이 세번째다.

지난해 초 민재 입학하기 전에 계획한 민재와의 부산여행은 뭔가 새로움과 거대한 임팩트들로 가득찼었는데..


이제 세번째 맞이한 여행은 그보다 많이 익숙해지고 설레는 감성보다는 계획적인 이성이 보다 비중이 커진 여행의 기분이었다.


익숙해 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시간낭비라고 생각될 수도 있고, 안정적이고 잘 하는 것들을 하는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무척 의미있게 느껴지겠지.


나는 아무래도 전자의 성격이기 때문에 나에게 이번 여행은 시간낭비이거나 봉사정신에서 말미암은 여행일까?


정답은 아니다 이다. 왜냐하면 같은 곳 같은 공간에 가더라도 민재와의 둘만의 여행은 희귀하며, 하루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민재와의 함께하는 추억은 그 어떤 것이더라도 새롭고 값지기 때문이다.


새벽 5시가 되지 않은 시간에 집에서 나온 일정. 꽉 찬 이틀을 부산에서 보내는 일정으로 결코 짧지 않은 일정이다. 전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해야 할 것들을 해 나가고, 자신의 짐이나 물건도 조금의 도움만 있다면 훌륭히 잘 지고 다니는 민재. 불과 1년 사이에 아이에서 어른이 되었음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다.


부산역에서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밀양돼지국밥을 아침으로 먹고 태종대로 향한다. 1001번 버스를 타고 가는 길. 다행히 기온은 높지 않고 하늘은 맑고 푸르다. 말복이 지나서 그런지 가을 느낌이 나기도 하는 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찾아오면. 난 이제 40대가 되는건가? 괜시리 느닷없이 우울해진다.


태종대에서 순환열차를 타고 전망대와 등대를 구경한다. 목마르다고 떼쓰지도 않고, 뭐 사달라고 칭얼대지도 않는 민재 모습에 더 훌쩍 커버린듯한 느낌이 든다. 태종대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과 러시아인도 간혹 보였다. 세계적인 관광지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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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돌고 내려와서 다시 버스를 타고 초량역으로 간다. 초량 과학체험관을 들어갔더니 사람이 많이 없다.


'아빠, 사람이 왜이리 없어?'


어떤 시설이든 사람이 없으면 편히 즐겨서 좋을법도 한데, 민재는 사람이 적당히 있는걸 좋아한다. 왠지 좋은걸 해도 기분이 안나는 마음. 알것 같다.


한참을 체험한다. 전기체험, 자기, 기타 지구의 여러가지 힘과 관련된 현상들을 체험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내가 알아온 곳에서 이렇게 재미있게 체험을 해주니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든다. 배려심일까? 정말 재미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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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관 지하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생각했던것보다 더 별로다. 민재는 게임을 하면서 먹으면 뭐든 맛있게 먹기 때문에 떡이된 카레라이스를 반그릇 이상이나 먹어치운다. 오히려 내가 먹는걸 말리고 일어선다.


'민재야. 저녁에 맛있는거 먹자. 다 안먹어도 돼.'


민재가 늦게까지 남아서 재미있게 구경한 테슬라 전기 실험. 엄청 강한 번개를 생성해서 보여주는 실험이었다. 호불호가 정확한 민재는 의사표현이 정확해서 일정 세우기가 수월하다. 많이 알아놓고 민재 의사에 맞게 시간조정을 하면 되므로..


체험관에서 나와 호텔로 간다. 우리의 단골 토요코인 해운대2.. 17층을 주었는데 뷰가 너무 뛰어나다. 옷을 갈아입고 해운대 바다로 나간다. 요즘들어 물을 너무 좋아하는 민재. 물과 하나가 되어 놀다보니 6시가 되어 바다에서 쫓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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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샤워를 하고 해운대 시장을 거쳐 저녁을 먹으러 간다. 해운대 시장을 너무 좋아하는 민재. 시장을 지날때마다 처음 나와 와서 비빔밥을 먹은 음식점 이야기를 한다. 익숙한 곳을 함께 오는 것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동질감을 준다.


저녁은 안전빵으로 금수복국으로 향한다. 민재 몸보신겸. 모험을 하기 망설여지는 경험적 피해의식 때문에..


까치복국과 복튀김을 깨끗하게 먹어치운 우리는 슈퍼에서 주전부리를 사서 호텔로 향한다.


하늘엔 목성과 달이 닿을듯이 붙어있고, 화성은 한쪽 하늘에서 붉게 빛난다.


해운대 시장 초입에선 불의정령이란 카드를 내건 사람이 불쑈를 보여주고 있었다. 중독성있는 표정과 몸짓으로 끝날때까지 공연을 지켜본 우리는 댓가로 5천원짜리 하나를 넣어두고 호텔로 간다.

전 같으면 중간에 지루해 했을텐데 많이 컸다 우리 민재. 덕분에 애비도 공연을 보고...


해운대에서의 첫날밤이 그렇게 흘러간다.


흘러가고 지나가고.. 훌쩍 커버리고 나이가 들어가는 시간들. 민재는 스스로 하는 일이 많아졌고, 더 많아질텐데 그 함께하는 시간의 공백이 아직은 어색하다.


언제 누구와 무엇을 하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육아든. 내 삶에서든..


어쩌면 새로운 나의 모습. 새로운 주변인들의 모습들 속에 정신없이 적응하다가 삶을 마감할지도 모르는 인생이다. 때문에 익숙하고 정겨운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젠 자주 들어 익숙해진 부산사투리가 좋다. 그 사투리를 쓰는 이들의 친절함과. 날 봐주는 그 시선이 좋다. 시선과 대화 등의 스킨십은 날 살아있다 생각이 들게 한다.
가깝게는 민재와. 멀게는 부산아지매들과의 스킨십이 가득했던 부산에서의 2018년 여름의 첫날밤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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